청년의 눈/ 강일구 미디어 블로그 ‘고함20’ 기자

<500일>5시에 도착하자 광화문 광장은 조용했다. 평범한 가을 햇살과, 평범한 가을바람이 부는, 평범하고 공허한 광장이었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 졌던 문화재들과 사진들 그리고 그림들이 여전히 자리를 매우고 있었다. 유가족인지 아니면 자원봉사자인지 알 수 없지만 노란티셔츠를 입은 한 여성분과 남성분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하나의 서명지에는 세월호 인양 촉구에 관한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에는 세월호 사건 때 희생된 기간제 교사들의 보상과 관련한 차별 반대 서명이 있었다.

세워진 천막들의 가운데에선 내일 있을 범국민대회와 추모 행진 그리고 추모합창문화제를 준비하기 위해 노란 리본과 노란 꽃을 만들고 있는 듯 했다. 리본과 꽃을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학생 또는 청년들이었다.

<501일>집회의 시작은 서울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가을 햇볕이 가장 강하게 내리쬐는 3시부터 시작된 집회는 2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집회는 다양한 지역에서 온 시민들의 노래와 연설, 시 낭송, 몸짓패 ‘선언’의 공연 등 다양한 종류의 행사로 구성되어져 있었다. 5시가 가까워지자 서울역에서의 모든 행사들이 마무리 되었다. 서울역-광화문광장까지 행진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시민들은 자신들 주위에 있었던 쓰레기들을 모두 정리하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루한 트럭 하나가 행진하는 노란물결의 맨 앞을 지키고 있었다. 트럭 위에는 불안하게 세워진 단상위에서 여성 운동가 2명이 시민들을 이끌고 있었다. 이들은 번갈아 가며 마이크를 잡고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방해하지마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세월호 안에 아직 사람이 있다”, “감추는자가 범인이다”라는 구호를 쉼 없이 외쳤다. 행진하는 시민들의 옆쪽은 변호사들의 경호를 받고 있었다. 파란 조끼를 입은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시민들의 옆을 지키며 집회가 안전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감시’를 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안쪽에서도 꾸준히 시민들을 이끄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태호씨였다. 등과 팔 주위에 대상포진으로 보이는 상처들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지만 가벼운 걸음으로 행진이 더 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뛰어다녔다.

노란 물결의 행진이 명동쪽의 도로로 진입하자 수많은 시민들이 지켜보기 시작했다. 주말이라 쇼핑을 나온 중국인 관광객들 그리고 서양인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노란물결이 만들어 낸 장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시민들 또한 적지 않았다.

행진하는 시민들의 노란물결을 좋은 눈으로만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크게 소란을 일으킨 일은 없었지만, 기자가 행렬에나 잠시 나와 인도를 지나갈 때 이번 행진과 행진을 하던 사람들이 외쳤던 구호에 대하여 비난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세월호 사건에 대하여 ‘지겹다’라는 의견을 지닌 시민들의 소리도 적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노란물결은 광화문 광장에 들어서기 전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아래에서 잠시 멈추어 섰다. 국가인권위원회 옥상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씨와 황규협씨를 응원해주시 위해서였다. 그들과의 씁쓸한 만남의 시간을 잠시 갔고 행렬은 천천히 광화문으로 향했다. 세월호 치몰 사건 501일째가 되던 이날 광장에서는 저녁 7시 부터는 추모합창문화제가 있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