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세시풍속 중 머슴들의 잔칫날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칠월 백중이다. 칠월 칠석에서 백중 사이에 세벌 매기가 끝나면 논농사는 가을 타작만을 남겨둔다. 농번기 사이에 잠간 찾아오는 ‘섬 머 브레이크’다.

 논농사 김매기는 대략 세 번에 걸쳐 실시되는데 이 고된 일을 마치면 손으로 김매기를 할 정도로 농사일이 쉬워진다. 이 때 일꾼들은 호미를 씻는다고 해서 ‘호미씻이’ 또는 호미를 걸어둔다고 해서 ‘호미걸이’를 하였다.

 호미걸이는 일꾼들의 작은 축제였다. 논에서 풍물을 치며 마을로 들어왔고 주인은 그간 머슴의 노고에 보답하고자 약간의 용돈과 옷을 해 주었으며 머슴을 소에 태워 돌기도 했다.

 몇 푼의 용돈을 받은 머슴들은 때 맞춰 열리는 백중 장을 보며 장 구경을 하였고 귀가 길에는 보신탕, 인절미 등을 사서 주인에게 드렸다. 백중 장에는 난전이 열렸으며 장구경의 백미는 아무래도 씨름판이다.

 씨름판에서 일꾼들은 힘을 겨뤘는데 상품으로는 황소, 광목 등이 주어졌다. 씨름 같은 민속 경기에 굳이 계절을 가릴 것은 없지만 주로 행해지던 시기는 백중 때였다. 남한강, 금강의 상류에 소금배가 올라오면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개펄 장이 곳곳에서 번성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충주 목계, 제천 청풍, 괴산 목도, 청원 부강 등지다.

 특히나 백중 때 열리는 개펄 장은 흥청망청 할 정도로 농산물 해산물이 넘쳐났고 씨름판에는 전국의 이름 난 씨름꾼들이 몰려 황소를 노렸다.
팔씨름은 씨름의 축소판으로 동서고금이나 계층을 막론하고 즐겨온 놀이문화다. 팔씨름은 단순히 팔의 힘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손의 힘, 어깨 힘 등이 한 곳으로 집중되면서 순식간에 승부를 가린다.
 ‘불끈 솟은 팔뚝 살에 대들보가 기우뚱/ 엿보던 강아지 덩달아 목을 빼면/ 바람도 잰걸음 멈추고 용을 쓰며 끼어 든다.’ <진복희, 팔씨름>
 팔씨름은 타 경기에 비해 훨씬 간편하다. 물론 제대로 경기를 하려면 규격에 맞는 경기대가 있어야 하고 필연적으로 룰도 따르지만 일반적으로 심심 파적으로 놀이를 할 때는 이런저런 사항을 옴니암니 따지지 않고 경기를 치른다.

 별다른 경기 복장이나 보호장구도 필요 없다. 탁자나 마루바닥 등 바닥이 평평한 곳에서 경기자가 손을 맞잡고 다른 손으로는 상대방의 팔꿈치를 받쳐주기만 하면 된다. 경기 내용이 험악한 것도 아니다. 이기면 좋지만 저도 그만이다. 경기가 끝나면 승자도 패자도 함께 웃으며 정을 나눈다.

 팔씨름을 주제로 한 영화도 있다. 1987년 작품으로 근육질 배우 실베스타 스텔론이 주연한 오버 더 탑(Over the top)이라는 영화다. 트럭 운전사인 주인공은 아내와의 사이가 원만치 못하다.
 아내와 별거하며 아들과 함께 사는데 수입도 시원치 않다. 터프 가이 실베스터 스탤론은 생활이 곤궁하자 팔씨름 대회에 출전하여 우승, 트레일러 트럭을 상품으로 받는다.

 최근 수안보 온천에서 전국 팔씨름대회가 열려 화제를 모았다. 수안보 인근 미륵리 사지 왼쪽 편에는 온달장군이 가지고 놀았다는 동그란 공깃돌 바위가 있다. 온달 후예들의 사자후에 월악산도 놀란 듯 잠을 깬다. 이열치열의 여름 풍경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