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이래저래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습니다. 열대야로 한 달 내내 잠을 못 이뤄 짜증스러웠는데 이제는 또 올림픽으로 꼭두새벽을 지새워야하기에 말입니다. 그러나 한밤중의 통쾌한 한판 역전승, 기적 같은 기사회생이야말로 온 국민의 짜증을 한방에 날려보내며 짜릿한 쾌감을 안겨주니 이 보다 좋은 피서도 없을 듯 합니다.

 ‘신들의 나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고있는 제28회 올림픽은 연일 환상적인 명 장면, 장면을 연출하면서 전세계 스포츠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시작 된지 108년만에 본고장으로 다시 돌아 온 올림픽은 인종과 이념과 정치체제를 초월해 세계를 하나되게 한 인류의 축제입니다.

 202개 전 회원국이 모두 참가한 사상 최대의 이번 올림픽에서 분단민족인 남북한은 단일기를 앞세우고 공동 입장함으로써 통일에 한 발짝 다가서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 주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 선수들의 분전하는 모습 또한 감명 깊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과거 “올림픽은 참가에 의의가 있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국민소득 100달러 미만이던 1950년대, 금메달은커녕 동메달 엄두도 못 내던 시절이었기에 그 몇 마디 슬로건은 한국선수단의 자위(自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10위 권을 목표로 할 정도이니 놀라운 국력의 신장에 격세지감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하긴 88년에는 올림픽을 치러내면서 홈 경기 덕이지만 4위에 오른 전력도 있으니 10위권이 그리 큰 욕심은 아니겠습니다.

 올림픽의 이상은 승리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승이나 메달만이 전부는 아닌 것입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탕은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한 국제 평화의 증진에 있다”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히 최선을 다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이상이 그렇듯 올림픽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승리지상주의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그런 잘못 된 생각은 올림픽정신을 훼손하고 대회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승리지상주의는 필시 광신적 애국주의, 쇼비니즘으로 발전합니다. 독재자들일수록 스포츠를 통해 국민을 우민화(愚民化)하는 통치술을 즐겨 씁니다. 과거 히틀러가 그랬고 공산주의 소련, 동독이 그랬습니다. 그 나라들 지금 지구상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 일가요.

 승부의 세계는 냉혹합니다. 몇 년의 피땀어린 준비가 단 몇십 분, 아니 몇 분만에 결판이 납니다. 승자는 환호하지만 패자는 낙담합니다. 승자에게는 박수와 찬사가 쏟아지지만 패자에게는 원망과 질책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기에 너나 없이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것입니다.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입니다.

 뜨거운 성원을 보내야 하겠습니다. 메달을 딴 선수에게도, 아쉽게 패한 선수에게도 똑 같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하겠습니다. 모쪼록 대회가 끝나는 그 날까지 우리 선수들, 최선을 다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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