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생각한다>남 기 헌 (충청대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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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도착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교포한분이 동네를 소개해 주겠다며 같이 갈 의사가 없느냐고 물어 왔다. 마침 정착준비를 위해 몇 가지 구입할 것도 있고 해서 따라 나섰다. 첫 번째로 간곳이 크리스티나몰 이다. 이곳은 미국에 전국적 체인을 가지고 있는 백화점들과, 마트, 음식점 등 유통센터가 집중된 큰 쇼핑몰(shopping mall)이다. 우리의 경우 백화점은 대부분 시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게 상식인데 이 쇼핑몰은 시내에서 자동차로 30여분 떨어진 벌판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궁금했다. 필요한 물건들을 사면서도 머리속엔 왜 이곳에 백화점을 개점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지방자치를 전공한 필자로서는 그 궁금증을 풀고 가야만 하였기에 돌아오는 길에 교포에게 질문을 던졌다. 교포의 대답은 간결했다. 델라웨어주민이 잘 살기 위한 지역경제활성화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여러 문헌을 통해서 미국의 경우 주마다 독립된 세제체계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조세제도를 활용한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생산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델라웨어의 경우 상품을 판매할 때 마다 거두는 판매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델라웨어 주민에게만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주의 주민을 유인해서 상품을 구입케 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한 고용창출과 재투자로 인해 델라웨어 주가 부유해 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미국의 동부를 가로지르는 95번도로 변에 대형쇼핑몰을 건설하여 이곳을 통과하는 관광객들의 쇼핑인구를 유치하자는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주정부가 각종세제혜택을 주어가며 대형금융기관을 델라웨어에 유치하여 고용창출과 주의 재정수입증대를 통해서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몇 일후 교포는 또 한곳을 보여줄게 있다며 나를 차에 태웠다. 그곳은 상가와 주택이 밀집되고 워싱턴과 뉴욕, 필라델피아를 가기위해 진입하는 하모니도로(마을을 가로 지르는 지방도로)선상 중심이었다. 도로를 진입하여 지나는데 전체 외형상 도로는 직선인데 실제 자동차가 다니는 길은 도로 가운데 구조물이 설치되고 구불구불하게 다니도록 되어 있었다. 역시 궁금하여 물었더니, 이분 하시는 말씀이 주민을 위한 도로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당초 이곳은 도로가 없었으나 교통수요가 증대되어 직선 2차선 도로로 개설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출퇴근이 빨라지는 등 편리해 주민의 호응이 높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교통량이 많아지면서 교통사고가 증대되는 문제점을 야기시켜 왔다는 것이다. 특히 해마다 이 지역 어린이들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숨지는 사태가 발생하자 지역주민들은 협의체를 구성하여 도로폐쇄운동을 펼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도로가 개통되어 편의성이 증대된 주민들도 적지 않고, 도로를 개설한 지방정부에서도 난감해 했다고 한다. 이의 처리과정을 설명하는 교포의 이야기를 듣고 이것이 지방자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요약하면 수 십차례의 공청회와 협의를 거치면서 중재된 대안으로 도로를 없애지 않는 대신에 자동차가 빨리 달리지 못하도록 구조물을 설치하고 시속 15마일로 주행토록 합의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은 지역현안에 대한 애착과, 지방정부정책과정의 어려움 등을 공유하는 좋은 계기를 가져왔으며,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능률성과 효과성만을 지향하는 정책운용에서 고객지향성의 행정운용의 의미를 이해케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지역에서 겪고 있는 특정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와 지방정부와의 갈등사업에 대한 해결방안의 주요사례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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