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미인의 고장 소주(蘇州)
김희선 이효리 신드롬의 원조(?)
최근엔 강태공 원정지로 각광

 중국 소주(蘇州)의 매력은 단아함이다. 결코 과장되지도 않고 장쾌하지도 않다. 장가계나 계림같이 보는 순간 숨을 탁 막히게 하는 절경은 없지만 소주만의 독특한 이미지가 오랫동안 한국 관광객들을 유혹해 왔다. 양자강 삼각주의 평원 위에 자리잡은 소주는 옛부터 ‘물’과 ‘미인’의 도시로 유명하다. 중국 남부의 어디를 가나 운하와 수로가 지천으로 널려있지만 이곳엔 특히 물이 많다. 때문에 소주는 인근 항주(杭州)와 함께 동양의 베니스로 불려 왔다. 풍부한 수량이 상대적으로 지반을 약하게 해 고층건물이 드물다는 얘기도 있지만 도시 전체가 마치 우리나라 전주같은 이미지를 안긴다.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존심이 서려있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 소주 주택가 전경 이런 운치 때문인지 몰라도 소주엔 미인이 많다.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일반 여인들도 다른 도시에 비해 훨씬 아름답고 세련돼 보인다. 저녁 식사후 여행의 회포를 풀기 위해 2차라도 찾다 보면 십중팔구 소주 미인에게 홀딱 반해 정신을 못차린다. 역사적으로 중국 각 나라의 흥망성쇠를 뒤흔든 절세의 미인, 즉 중국의 4대 미녀중 하나인 서시(西施)가 바로 소주출신이다. 양귀비(당나라) 왕소군(한나라) 초선(삼국시대)과 함께 중국미인의 대명사가 됐다. 서시는 나무장수의 딸로 태어난 미천한 신분이었지만 절세 미색으로 그 지방 여자들이 무조건 따르려 했고, 병을 얻어 찡그리는 모습조차 흉내냈다고 하니 지금 한류열풍인 김희선 김효리 신드롬의 원조격인 셈이다. 2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소주는 고대부터 비단 등 견직물 산업이 번창해 부유한 상업도시로 정착해 왔는데, 지금도 옛날 방식으로 비단을 제조하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소주 미인들이 비단옷을 입고 산들산들(?) 벌이는 간이 패션쇼는 여행의 별미다. 여기서 만드는 각종 비단제품 역시 으뜸 기념품으로 꼽힌다. 실제로 소주는 예부터 사주지부(絲綢之府·비단의 도시) 어미지향(魚米之鄕·바다가 가까워 살기 좋은 곳) 원림지도(園林之都·정원의 도시) 등으로 불리며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전원도시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런 맛에 취해 시인 소동파는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上有天堂 下有蘇杭)’고 읊었다. ▲ 졸정원전경
 이를 입증하듯 중국을 대표하는 4개 정원중 2개나 이곳 소주에 있다. 중국 정원은 최근 국내 모 기업의 TV CF에도 등장, 더욱 살갑게 다가 온다. 소주의 정원인 유원(留園)과 졸정원(拙政園) 중 특히 졸정원은 중국 정원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소주관광의 필수코스다. 명나라 어사였던 왕헌신이 조성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름에 庭자 대신 政자를 사용한 것이 이채롭다. 한때 왕헌신이 중앙정계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으로 낙향, 정원을 짓게 될 당시 앞으로는 자신 즉 ‘졸자(拙者)가 정치를 한다’는 의미로 붙였다는 것이다. 권토중래의 정치적 야심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졸정원은 건축물과 조형물 하나하나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올해같은 무더운 여름에 이곳에 들르면 돌아갈 마음이 생길리 없다.

 여행중 주당들은 졸정원에서 한가지 특별한 운치를 느낀다. 이곳 연못에 조성된 돌다리들은 희한하게도 모두 지그재그 형태를 갖췄다. 정원의 주인이나 방문객들이 음주 가무를 즐기다가 얼큰해진 상태로 걸을 때의 비틀비틀 보행을 감안한 것이라고 한다. 만약 중국의 명주(名酒)를 옆에 끼고 이곳 돌다리를 건넌다면 옛날 고관대작들이나 즐겼던 정원의 제대로된 맛을 느낄 것이다. 대륙의 나라 중국의 여유와 풍류를 시사한다고 볼수 있다.

 이 밖에도 소주엔 당나라 시인 장계(張繼)의 시로 유명한 한산사(寒山寺)와 검이 3000개나 묻혀 있다는 호구(虎丘) 등도 명소로 꼽힌다. 특히 호구는 소동파가 “소주에 와서 호구를 구경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고 한탄했을 정도로 구경의 가치가 높다. 

   
▲ 수로에서 잡은 물고기
 최근엔 이 소주가 한국 낚시꾼들의 원정지로 각광받고 있다. 수로와 운하가 바둑판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물고기 또한 지천으로 널려 있고, 걸렸다 하면 대물이다. 한국내 모든 유료 낚싯터와 붕어찜집 심지어 건강원까지 중국 붕어, 소위 짜장 붕어가 점령한 현실을 감안하면 중국 현지의 마릿수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화끈한 손맛과 마릿수를 즐기려는 목적으로 한국 강태공들이 이곳 소주를 찾는 것이다. 한국에서 수초치기를 하려면 치열한 자리싸움은 필수인데 이곳 소주는 워낙 수로가 많기 때문에 그저 앉기만 하면 그 자리가 바로 수초치기의 명소다. 일부 여행사들은 이미 골프투어에 이은 낚시투어를 중국관광의 전략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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