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지난 8월 중국 톈진항 화학물질 보관업체에서 114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대형폭발사고가 일어났다. 현재도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고 사고 물질의 유독성으로 인해 텐진항 주변 3km 내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로 중국인들의 불안과 공포는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폭발의 파급력에서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고원인물질 중 하나인 시안화나트륨, 질산칼륨, 질산암모늄은 급성독성과 폭발성이 강해서 우리나라의 경우 사고대비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위험물질이다. 특히 질산암모늄의 경우 로켓발사화약으로 쓰일 만큼 폭발성이 아주 강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핵폭탄급 폭발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사고에서 몇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는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부실한 안전관리가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사전예방을 위한 관리와 사고발생 후 조치에 대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 또한 정부당국은 이를 관리하고 사고 시 비상대응에 대한 책임이 있다. 때문에 업체뿐만 아니라 정부당국자가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받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600m 떨어진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지역주민들이 이런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업체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고 이후에도 중국당국의 정확한 정보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아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로 본 우리나라의 화학물질관리 현주소는 어떨까! 사실 중국의 상황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제2의 텐진항이 나오지 않으려면 시급히 정비되어야 할 법제도가 있다. 우선 지난해 5월 발의된 이후 현재까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지역사회알권리법(화학물질관리법 일부개정안)’을 깨워야 한다.

세계 화학물질사고의 교훈은 정부나 혹은 기업 주도만으로는 화학사고 예방과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장소, 어느 사업장에 어떤 종류의 위험물질이 얼마만큼 취급되고 있고 얼마나 위험한지, 사고 시에는 어떤 대응메뉴얼에 따라 대피해야 하는지를 누구나 알고 싶을 때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취급하는 사업주는 알려 주어야 할 의무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과건강은 지난 2012년 구미와 청주의 불산 누출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화학물질 취급지역을 화약고라고 지칭하며 화학물질 관리체계 도입을 주장해왔다. 이번 사고로 말이 아닌 현실로 위험의 정도를 실감한 만큼 중앙정부와 주요산단 지자체에서는 화학물질관리와 사고 시 대응체계인 ‘지역사회알권리법과 조례’ 제정에 나서야 한다. 울산, 광양, 대천 등이 제2의 톈진항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가 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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