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 강일구 미디어 블로그 ‘고함20’ 기자

세 모녀 사건과 국밥값을 남기고 목숨을 끊은 독거노인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복지의 사각지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었다. 정부가 만들어 놓은 복지 정책을 알지 못해 도움을 못 받은 사람들도 있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한 기준에 미달하여 받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여전히 남아있다.

이들을 돕기 위한 지자체의 인력과 자금 부족 또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몇몇 복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시민 정신과 공동체 의식의 회복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곳곳의 지자체들은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인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마을 공동체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점과, 만들어지더라도 지속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여 몇몇 지자체에서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돕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민간에서 공동체 활성을 촉진하기 위해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를 두어 지원하고 있다. 올해로 3년째다. 센터에서는 주로 민간과 서울시의 중간 매개체가 되어 민관 협력을 촉진하고, 공동체 활동이 최대한 자발적이고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전까지 정부지원사업이나 시에서 주최하는 사업과 달리 주민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을 두어, 주민 스스로 직접 실행하는 사업이다.

일반적으로 시나 정부에서 시행하는 사업의 경우 해당 지자체의 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계획을 세우고, 주민의 동의를 얻어 예산을 집행한다면 마을공동체 사업의 경우는 행정기관에서 사업대상자나 구역을 미리 정하지 않고 서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여기서 행정기관은 시행 계획을 하고 있는 주민을 지원할 뿐이다. 주민들의 사업에 대한 평가 또한 행정기관이 맡는 것이 아니라 마을주민들이 직접 평가한다.

여기에서 평가는 마을사업에 참여하면서 달라진 주민들의 인식 변화, 이웃 간의 관계 변화, 동네 주민의 생활행동 패턴의 변화들이다. 예를 들면 동네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마을사업 1년 하는 동안 같이 어울리고 왕래할 친구가 10명 이상 생겼다는 것,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면 인사를 안 했는데 마을사업을 하면서 인사를 매일 한다는 변화, 위층이 시끄러우면 관리실에 항의했는데 윗집 아이들과 인사한 후부터는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구나’하고 너그럽게 넘어가주는 변화같은 요소들이 마을사업을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이러한 이웃 간의 이러한 관계망의 확장은 정부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잘 찾는 시스템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센터의 김명희 협력기획팀장은 “취약계층에 대한 시혜적 복지를 넘어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현대사회의 복지개념은 예산과 시스템 이전에 시민의식의 변화로부터 실현된다”며 “빈부의 차이, 학력의 차이, 계층의 차이가 마을 안에서는 그냥 동네 사람들로 수긍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동네에 사는 주민들끼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존재를 알고 관계를 맺고 있다면 마을이 노인을 돌보는 사회가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마을공동체가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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