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파란 텐트 바닥에 허연 내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빠져있다. 오늘도 그 보기 싫은 흰 머리카락을 주어 버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기왕이면 쓸데없는 고집. 욕심을 버리며 하루를 시작하면 좋을 텐데.

어제 그러니까 2004년. 8월. 9일.

   
▲ 수달의 흔적은 발자국과 수달의 배설물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강변 수달의 흔적을 탐사하는 모습

 몇 날 몇 밤을 고심하던 달래강 집중 탐사를 하기 위하여 드디어 출발을 하였다.아침부터 하늘은 흐린데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영상단장인 최상영 선생님이 카메라와 보트를 차에 싫고 왔다.
 정성이 지극하면 산에서도 물고기를 구할 수 있다고 하였던가? 그간 달천 탐사를 기획하고 실행하며 배 없이 접근을 할 수 없는 곳의 조사가 큰 문제 이었다.
 
 모터가 부착된 보트를 구입하기엔 애시 당초 예산이 태부족이었다. 탐사에 동참하겠다고 한 이옥우씨가 자기에게 모터는 있으니 보트만 구해 보라고 하였지만 그도 쉽지 않았다. 날짜는 닦아오는데 보트는 구하지 못하고 백두대간탐사를 하면서 걱정을 하였더니 최상영선생이 자기에게 연꽃 촬영용으로 준비한 보트가 있으니 보트와 운반할 차까지 사용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사진 촬영과 조사도(한 부분) 담당하여 주겠다고 하였다. 함께 산행을 하던 이홍원 화백도 이번 탐사에 동참하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산에서 함께할 배와 차와 사람을 얻었다. 3박 4일 대원들이 먹고 자고 조사할 장비와 먹 거리는 김경중과 김정은이 준비 하였다.

 일단 미원에서 집결한 일행들이 이옥우씨와 합류하기 위하여 이동을 하였다. 이옥우씨 집이 우리가 이번 집중탐사를 시작하기로 한 지점인 미원면 옥화리 옥화대다. 이옥우씨는 어부로 대원들 중에 유일하게 수달을 직접 그것도 수차례 목격하였고 모터보트를 다룰 수 있고 잠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도 양어장에서 직접 쏘가리를 산란시키고 부화를 하여 치어를 기르고 있으며 수달이나 물고기에 대해 누구보다 실전 적으로 잘 알고 있다. 이옥우씨를 만나 탐사 조를 편성하였다.

수달과 어류; 김학성, 이옥우
수질(측정기구: eco-test) ; 김정은
수서곤충 ; 이홍원, 최상영.
진행및보급, 김경중.

업무를 분장하여 2004. 8. 9(월)부터 8월 12일(목)까지

․ 청원군 미원면 옥화리에서 충주시 살미면 향산리까지 조사를 하기로 하였다.

조사 지점 1 (청원군 미원면 옥화리 옥화식당 앞) / 흐림

▷ 수달.
수달흔적은 직접 발견 할 수 없었는데 이옥우씨는 그간 수차례 수달을 목격하였다.

▷ 수질(11:30)

- 암모니아성 질소: 0.1   - 온도: 26
- 아질산성 질소: 0.01  - pH :7
- 질산성질소: 1.5      - DO : 7.5
- 총질소: 1.61    - 인산성인: 0.05
- COD: 15 - 특이사항: 행락객, 식당, 논밭 등의 오염원이 인접


▷ 수서곤충/식물
울대 (많이 관찰됨)/ 버드나무/ 물잠자리 8/ 실뱀 1/ 똥잠자리 2/ 강도래

▷ 어류
 어류는 투망이나 족대로 채집되는 것 외예 요즘 이곳에서 잡히거나 목격되는 고기를 이옥우씨와 도감을 대조하며 확인 하여보았다.
 그 결과 이곳에서 아직 살고 있는 물고기 들은 피라미. 흰줄납줄개. 납자루. 묵납자루. 돌 고기. 가는돌고기. 쉬리. 중고기. 참몰개. 참마자. 모래무지. 갈겨니. 끄리. 새코미꾸리. 참종개. 동자개. 대동갱이. 논동자개. 자가사리. 쏘가리. 꺽지. 붕어. 메기 등 이었다.

‥ 지점 2 (청원군 미원면 옥화리 금봉) / 흐림
 보트를 타고 강 양안을 살폈으나 수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한적한 강변에 검은 승용차가 보이고 그 옆으로 몇 개의 텐트와. 차광막으로 해가림을 한 취사장. 간이 변소와 6-7용의 고무보트 세대가 있고 머리가 짧은 건장한 젊은이들과 그물이 쌓여있었다. 이곳 주민들의 이야기로는 작년 여름에도 이 곳에 텐트를 치고 여름을 낫는데 경기도 어는 도시 조직들로 총으로 사냥도 하고 배터리와 그물로 고기를 잡기도 한다고 하였다. 이곳은 자주 수달이 발견되는 곳으로 2 년 전 달래강 영상물을 제작을 할 때도 흔적을 보았던 곳이다.

   
▲ 금봉주변에 널린 쓰레기

 그러나 이렇게 밤 낮 으로 사람들이 상주를 하며 개울이 온통 각종 쓰레기로 덮여있으니 수달이 피난을 갔는지 살아졌는지 흔적도 없었다. 작년까지는 자연발생유원지라 하여 500원씩 청소비를 받고 청소를 하고 관리를 하더니 그마져 없으니 경치 좋은 곳은 모두 쓰레기가 쌓여 썩어가고 있다.

 금봉에서 금관 숲으로 이어지는 개울은 피서객이 많고 걸어서도 조사를 할 수 있는 지역이라 다음에 하기로 하고 어암리 박대소보로 이동을 하였다.
 
지점 3.
 1Km. 정도의 박대소보를 보트로 조사를 하였다. 이곳은 한 쪽만 제방을 하였고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아 동 식물의생태계가 비교적 양호하였다.

지점 4. 
 하류로 한 1Km 차로 이동하여 청원군 미원면 어암리와 괴산군 청천면 귀만리 의 경계인 한들 보에 보트를 띄웠다. 이곳은 양안 모두 인위적인 제방공사를 하지 않아 버드나무. 창포. 부들. 애기마름. 말. 마름 등이 잘 어울어져 자라고 있었다.

   
▲ 주낙에 걸린 원앙

 실잠자리. 물잠자리. 장수잠자리. 물뱀과 물고기 사냥을 하는 원앙. 백로. 물총새. 따오기가 보였다. 보트가 다가가도 날지 않는 원앙이 있어 가까히 가서보니 주낙에 걸려 죽어 있었다.

 한 들보를 양안으로 자세히 살펴보고 이옥우씨는 보내고 나머지 대원들은 신월천이 합류하는 청천면 귀만리 입구 모래밭에 텐트를 쳤다. 이곳에도 고기구이용 망. 자리. 그릇. 신발. 양말. 병. 과자. 화장지. 비누. 수건. 그물. 족대. 올갱이거울. 음식물이 등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때로는 멀쩡한 텐트를 처 놓고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였다.

 삼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갔을 때,
 
빈민들이 사는 소웨토(Soweto)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도시 변두리 황량한 구릉지의 쓰레기 매립장 위에 우리의 60년대 판잣집보다도 형편없는 게딱지같은 움막이 수백 개 너부러져 있다. 차를 주차하자 거의 알몸에 맨발인 열대여섯 살에서 겨우 걸음마를 하는 꼬마들까지 순식간에 수십 명이 몰려나와 “기부 미”를 연발하며 손을 벌리는데,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 안의 어느 집에 들어 가보았다. 주인여자는 수줍은 미소를 감추며 숨어버리고 고만고만 올망졸망한 아이들의 큰 눈에는 호기심과 그렁그렁 애원이 가득하였다. 허리를 구부려 겨우 들어간 집(식구가 6명이었음)안은 환기창도 없어 깜깜한데 서너 명이 누울 수 있는 맨 흙바닥 한쪽에 베니어 쪽 이 하나 달랑 깔려 있었다. 가재도구라고는 주어다 놓은 깡통 과 종이 박스 몇 개자 전부였었다.

한번 쓰고 버린 멀쩡한 쓰레기를 보고 있노라니 번뜩 그들 생각이 났다.
그들에게 우리가 버리는 이런 것들만 있어도 ……

도대체 지금 우리들은 무엇을 버리고 있는 것일까?
양심?
사랑?
우리의 후손들과 뭇 생명이 함께 살아야할 지구?

2004.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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