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백년대계/ 이동갑 충북교육발전소 정책전문위원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부부는 부부싸움을 하다 말고 어정쩡한 모습으로 멈추어야 했다. 국기하강식 시간이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대부분의 관객들은 웃어야 할 시간이라고 여겼지만 감동을 받은 분들이 계셨다. 개그를 다큐로 받은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매일 오후 5시가 되면 온 나라가 병영이 되었다. 길을 가다가도 멈추어야 하고, 심지어 도둑을 쫓던 경찰관도 멈추었다던 그 애국심에 감동 받은 정부 부서가 이른바 애국심법을 추진하다 시대 착오적이라는 여론의 역풍으로 물러 난 것이 오래된 과거가 아니다

6·25 이래 최대 사건이었다던 세월호 사고가 이준석 선장 등을 비롯한 일부 선원들과 어른들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 정부는 그 대책으로 학생들의 인성을 진흥하겠다는 법을 만들었다. 세월호 선주와 공무원, 해경, 기레기라고 불리던 언론들의 인성이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정의화 현직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102명의 연명으로 ‘인성교육진흥법’을 대표 발의하여 2015년 7월 2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에 의해 금년 하반기에 교육부는 인성교육진흥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교육감은 시행계획을, 학교장은 인성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법령이 말하는 8대 인성 가치(예와 효, 정직과 책임, 존중과 배려, 소통과 협력)와 역량은 사회적으로 합의가 된 것인지? 지금까지 한국의 학교와 교사들은 왜 인성교육을 실시하지 못하였는지? 그리하여 외부에서 인증 받은 전문가와 프로그램으로부터 교사들과 학생들이 인성교육을 연수하여야 하는지 궁금하다. 어떠한 교육개혁도 교사를 동반자가 아니라 타켓으로 삼아 성공한 사례가 있었는가? 지금까지 대한민국 학교와 교육은 인성교육을 해 오지 않았거나 할 만한 역량이 없다는 것을 법령으로 증명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 법안의 심사보고서는

“입시위주·성적위주의 학교교육, 과밀학급문제, 교권위축문제 등 기존의 교육환경이나 교육정책 즉, 인성교육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새로운 법의 재정으로 인성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현실임”

을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인성교육이 가장 필요한 곳은 어디인가? 일부 국회의원들과 재벌들의 일탈을 보면서 생각해 본다. 사회지도층의 인성교육이 먼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사회지도층 노블레스 오블리제 실천 지원법을 먼저 만들기를 권하고자 한다. 이러다가 부부관계 증진법, 부부싸움 방지법, 친밀한 사제관계 지원법, 친구관계 상처 방지법 등이 나오지 않을지 염려가 된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인성은 특정한 프로그램을 통해 심화·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과 법률만능주의는 방향을 잘못 짚은 것이다. 무엇보다 인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토론이 먼저이다. 세월호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토론조차, 가슴에 다는 노란 리본조차 학교에서 할 수 없는데 세월호 사고에 대한 답이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사실에는 선뜻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인성은 평소 생활 속에서 길러지는 것이지 법으로 길러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왕 시행되는 법률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 시행령과 실천 방법에서 교육주체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의견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학생들의 인성을 쇠고기 등급 매기듯이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생각만은 말기를 간곡히 바란다. 누가 저 마다 우주를 담고 있는 인간의 인격에 등급을 매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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