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속 세상/ 신중호 우진교통 운전기사

“기사양반, 에어컨 좀 꺼줘요.” 한여름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의문이 들 것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운행하는 사람은 한여름에도 종종 듣는 소리이다. 태양이 존재감을 확실히 나타내는 한낮에는 예외지만 해가 뜨기 시작하는 아침이나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에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종종 말씀 하신다.

이유를 물어보면 “에어컨 바람이 싫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 몸이 아프다”...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나온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기에 에어컨을 끌 수는 없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어르신, 에어컨을 끌 수는 없고 앉아계신 머리위에 보면 바람 나오는 곳 있지요? 그 곳 동그란 걸 돌리세요. 그럼 바람이 안 나와요.” 이렇게 설명을 해 드리면 못 알아들으시는 분이 대부분이다. 이 때 주위에 젊은 사람이 있으면 종종 대신 해드리고는 한다.

오늘은 운행 중에 똑 같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주위에 젊은 사람도 없고, 운행하며 몇 번이고 설명하다가 결국 차를 세우고 송풍구를 대신 잠가드리고 운행을 했다.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그것도 어려우신 모양이다.

사실 여름이면 승무원들의 애로사항중 하나가 에어컨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사례는 기본이고 냉방병도 종종 얻고는 한다. 승객이 승차를 하면 제일 먼저 차안에 냉기가 흐르는가 하고 자리를 잡고 나서는 누구나 제일먼저 손이 가는 곳이 바람이 나오는 송풍구이다. 밖에서 달구어진 몸을 차안에서 식히고 싶은 마음에서 일 것이다. 이러니 에어컨을 끌 수는 없고 승무원 들은 운전석 위의 송풍 구를 꼭 막아놓던지 아니면 조금만 열어놓고 운행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처음 접하는 초년생들은 이런 줄 모르고 덥다고 송풍구를 활짝 열고 운행 한다. 그러면 처음엔 좋지만 바람을 하루 종일 맞은 부위 (어깨, 머리, 팔...)에 통증이 오고 운행이 끝날 때 쯤은 메스껍고 어질어질 해진다. 이 증상을 하루, 이틀... 계속 반복하다 보면 냉방병이 오는 것이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더운 여름날 시원한 차안에서 일한다고 좋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런 애로사항도 있다. 그래도 요즈음은 차량이 좋게 나와서 에어컨의 온도조절이 된다.

예전 차량은 그냥 에어컨을 켜고 끄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 한해 여름을 보내고 나면 송풍 구 조절 레버가 고장이 나서 일 끝날 때까지 차안의 냉기를 몸으로 다 받아야 했다. 예전에 비하면 근무조건이 많이 좋아진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송풍구에 대해 제대로 알려 주고 싶다.

차량마다 생긴 모양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첨부된 사진을 보고 주위 어르신들께 알려 드렸으면 한다. 성격이 외향적이신 어르신들은 “기사양반 에어컨 좀 꺼줘요”라고 말씀 하시지만 내성적이신 어르신들은 아무소리도 없이 그냥 참고 목적지까지 가시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내성적인 어르신들의 복장을 보면 손수건을 세모꼴로 길게 접어 목에 두르고 마스크를 하고 타시는 것도 종종 보게 된다. 아마도 에어컨 바람을 피하기 위함이 아닐까? 덥다 덥다 하면서 보내다 보니 벌써 말복도 지났고 입추도 지났다. 앞으로 큰 더위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동안 에어컨은 작동을 시켜야 할 것이다. 주위 어르신들이 이런 것을 알고 건강하게 여름을 잘 넘기셨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