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 강일구 미디어 블로그 ‘고함20’ 기자

대학의 기업화에 관심이 많고,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위기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자유인문캠프(이하 자캠)라는 행사를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동안 중앙대학교에서 대학(원)생들에 의해 직접 기획되는 자캠은 일종의 인문학 플랫폼이다. 자캠에서는 공개강연, 연속강좌, 다큐멘터리 상영회, 책읽기 모임 등 다양한 교육·예술·문화운동을 2010년 가을부터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점이 하나 있다. 자캠이 열리는 곳이 중앙대학교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두산’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한 이후 중앙대학교는 언제나 학생들의 자치를 방해하고,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시도했다. 서울에 있는 몇몇 대학생들은 이런 중앙대를 ‘대학사회의 핵’ 또는 ‘대학 사회의 이슈 블랙홀’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내부적인 상황 속에서 자캠은 어떻게 그동안 학교의 탄압을 피해 꾸준히 캠프를 진행해 왔던 것일까.

자캠의 기획단인 고두현씨는 “자캠이 활동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단지 3명의 대학원생과 3명의 대학생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중앙대가 두산에 인수된 이후 학생들의 학교의 시설을 이용하는데 행정상 검열이 일어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고, 자캠 또한 학교 안의 공간을 이용할 때마다 신경전을 벌여야만 했다고 한다. 현재 또한 장소를 대여하는데 있어 많은 단위들(학생회, 교지, 동문, 교수 단체)과 연대를 통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매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거 이야기 했다.

하지만 자캠에서 강연을 해줄 강사를 섭외하는데 만큼은 기존에 강연을 해주셨던 선생님들로부터 추천을 받거나, 자캠 기획단이 정규 수업이나 다른 학술 행사에서 수업을 듣고 좋아서 제안하기도 한다고 했다. 강사들을 초청하는데는 학교의 간섭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고두심씨는 “지역 대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자캠과 같은 행사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나 역시 지역 출신이기에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서울-수도권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서, 개인이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지역에서 활동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실천들이 중요한 일이라고 하면서 지역에서 자유인문캠프와 같이 비판적 학술 공동체를 지향하는 학생 자치 단위를 만든다면 누구보다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역에도 청년들이 많다. 그리고 그 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거점 대학 역시 있고, 비판적인 안목을 공급해줄 선생님들 또한 많다”며 지역에서도 학생들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자캠과 같은 행사를 열 수 있다고 했다. 그도 자캠과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을 도와주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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