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유적발굴 복이 화될까,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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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유적발굴 복이 화될까, 노심초사(?)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08.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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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테크노폴리스내 송절동서 원삼국시대 500여기 집터 발굴
문화재청 발굴기간 연장불구 청주시는 조사기관 ‘함구령’ 의혹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초기 삼국시대 마을유적이 발굴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주 테크노폴리스 사업부지인 송절동 299번지 일대 지표조사에서 집터 흔적 5백기가 발견 된 것. 현재 현장에는 중원문화재연구원 등 도내 4개 발굴기관이 지난 3월부터 약 3만3천㎡(1만평)의 면적에서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다.

7월말 현재 초기 삼국시대(일명 원삼국)의 대규모 마을 집터를 비롯해 대형 분묘, 공방(工房) 등 생활·생산 유적이 잇따라 발굴되고 있다. 특히 평지 마을유적의 경우 집터가 5백기 안팎에 이르고 있어 당시 이곳에 도시에 버금가는 생활유적이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초기 삼국시대 것으로는 도내는 물론 전국 최대 규모로 예상된다. 따라서 학계와 지역 문화계의 유적 보존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적 보존 결정이 날 경우 부지 조성공사 일정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획기적인(?) 유적 발굴에도 불구하고 청주시는 발굴조사단에 함구령을 내리는 등 속앓이를 하고 있다.

▲ 송절동 1지구 발굴 현장.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집단 거주지 유물 추가 출토 가능

송절동 원삼국 마을 유적은 충북일보 조혁연 대기자(충북도 문화재전문위원)의 단독보도로 알려졌다. 지난 7월말 보도에 따르면 “3만3천㎡ 평지내의 5백기 집터는 매우 높은 건축밀도로 당시 이곳에 강력하면서 도시에 버금가는 재지세력이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3~4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유적은 청주 역사시대의 첫 대규모 촌락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 청주지역에서는 분묘유적이 많이 발굴됐지만 평지에서 대규모 생활유적이 발굴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마을 구조와 건축 규모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될뿐 아니라 집터 유적 대부분이 方형(정사각형)과 직사각형인 점도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마을 유적을 감싸고 있는 구릉지역의 대형 분묘에서는 원저단경호(圓底短頸壺·둥근바닥짧은목항아리), 타날문토기(打捺文土器·두들긴무늬토기) 등의 경질과 와질 토기류가 발견됐다. 따라서 마을유적과 분묘는 동일한 문화집단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어떤 분묘에서는 토기가 무려 20여점이나 출토돼 당시 일대에 강력한 재지세력이 존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송풍관이 함께 발견돼 공방 유적으로 추정된다. 20년전 진천 석장리에서 고대 제철시설이 발굴됐으나 평지 주거지에서 이같은 유형의 발굴 사례는 많지 않았다.

이같은 결과에 따라 문화재청은 최근 전문가 검토회의를 열고 발굴기간을 당초 8월 중순에서 올 연말까지로 연장했다. 6개월간 발굴기간을 연장한 것은 송절동 유적의 문화재적 가치를 1차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대해 지역 출신 사학자 Q씨는 “500기의 주거지가 확인됐다면 당시 수천명의 주민들이 이용했을 광장(廣場), 우물, 배수시설, 창고, 작업장, 망루, 도로, 방어시설, 종교 관련 제의(祭儀)시설 등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집단 주거지인 만큼 상당량의 유물 출토도 기대된다. 세심한 추가 발굴조사를 통해 온전한 모습이 드러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해가기 보다 적극 활용방안 모색

우리 지역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적 유물이 발견됐다면 전체 시민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정대로 산업단지 조성공사를 마쳐야 하는 청주시와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의 입장은 다르다. 특히 유적이 발굴된 7지구는 아파트 예정지역이라서 사업비 충당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땅이다. 분양이 늦어지거나 분양계획이 변경될 경우 전체 사업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발굴 진행상황이 외부에 제대로 공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전문가 A씨는 “최근 모일간지에 발굴내역이 상세보도되면서 발굴 용역기관에 함구령이 내려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청주시나 발주기관의 눈치를 보다보니 평소 잘아는 발굴기관 지인들도 말을 못하고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미래 부가가치로 본다면 국가적 유적 유물로 인정받아 지역 문화 콘텐츠로 삼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굴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치가 있다면 일찍부터 홍보해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발주기관인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는 일정대로 분양해 사업수익을 남기는 것이 급선무다. 문화재 발굴조사로 일정에 차질을 빚게될까 노심초사하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발굴대상 4지구에 대한 학술자문회의에서도 “특이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당초 사업계획대로 승인하는 것이 무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이날 학술자문회의에 청주시 문화재 담당직원은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청주시 담당직원은 “사업주체가 시가 아닌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이다보니 발굴조사 업무도 그쪽이 맡고 있다. 사전연락을 해주면 나도 참석하고 그렇치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 4지구 학술자문회의는 연락받지 못했다. 결과를 통보받아야만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관내 최대 규모의 발굴작업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시 문화재담당 직원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셈이다. 7지구의 생활유적 발견에 대해서도 “아직 조사중인 단계라서 시의 입장을 얘기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 제주시 삼양동 선사유적지 전경.

청주향토사박물관 등 연계한 역사공원화 사업 제안

지난1982년 청주 신봉동에서 백제고분군이 발굴조사되어 역사학계가 떠들썩했다. 백제무덤 336기가 한 곳에 조영된 예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을 건립해 관련 유적과 유물을 보존하고 있다.

신봉동과 멀리않은 문제의 송절동 초기 삼국시대 마을유적도 백제 집터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백제 유물전시관과 대규모 유적지가 결합한 백제문화의 집결지가 될 수 있다. 이에대해 국립 제주박물관 김성명 관장은 “제주 삼양동 선사유적지는 1996년 토지구획정리사업 때 주거지 236기가 발굴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에 유적 확인범위 3만여평 가운데 4천여평이 국가사적으로 지정돼 보존관리되고 있다. 또 선사시대 움막을 일부 복원해 귀중한 지역역사 컨텐츠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익명의 지역 전문가는 “송절동 유적지를 역사공원화하고 청주 향토사박물관을 함께 짓는 것도 고려볼 만 하다. 발굴지점이 개발지구내 아파트 예정지라면 인접한 역사공원은 매력적인 입지조건이 될 수 있다. 청주시가 피해가려는 꼼수보다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강원도 춘천 중도유적지는 최근 개발과 보존의 가장 뜨거운 대결장이 되고 있다. 레고랜드사업조성부지 내에서 1000기에 가까운 청동기시대 주거지가 발견된 것. 강원도와 춘천시는 개발 강행 입장이고 학계와 문화계는 보존해 역사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화재청과 개발회사는 지석묘 101기 중 36기 등 유의미한 유적을 레고랜드 확장 부지와 역사 박물관으로 이전 복원하고 나머지는 복토보존(원형 그대로 해당 지역의 흙으로 다시 덮어놓는 것) 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청주시는 2005년 청주읍성 객사터가 발굴조사되었으나, 청주시는 복토보존을 허용하는 바람에 극장과 주차장을 짓고 말았다. 청주 송절동 마을유적이 어떤 운명을 맞게 될 지 두눈 부릅뜨고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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