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백년대계/ 이동갑 충북교육발전소 정책전문위원

▲ New product works ▲ 연기 안 나는 담배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완벽한 사람도 없다. 문제의 핵심은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성장할 것인가? 자신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변명과 분노로 퇴보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건강한 인간은 자신의 실수와 실패를 통해 더욱 더 성장한다. 한 번도 실패해 보지 않고 성장한 엘리트들이 명문대학에 진학하여, 사회에 지도층이 되었을 때 저지르는 어처구니 없는 실패들은 ‘실패 면역성’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실패에 얼마나 인색한가? 겨우 열 여섯 이팔청춘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과정에서 많은 청춘들은 인생의 쓰라린 첫 번째 실패를 경험하게 하게 된다. 이른바 특목고와 외고, 일반고 등의 고교서열화를 통해 맞이하는 좌절감은 너무 잔인하다. 이는 자신의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상당 부분 부모의 경제력과 상관관계가 크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에 실패하거나 취직에 실패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실패자의 낙인을 새기게 한다. 3포 세대와 5포 세대, 비정규직의 트랙에 접어들면 빛나고 아름다워야 할 청춘예찬은 이미 없다.

실패를 위로받고 다시 한번이 아니라 몇 번이라도 기회를 주는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실패를 통해서 인간은 얼마나 많이 성장하는가? 그런 점에서 실패면역력은 또 다른 의미의 실력이다. 충북 교육도 이제 교육감 취임 1년을 지나 연착륙을 향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분석하여 성공은 성공대로 갈무리하되 특히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기를 바란다.

미국 미시간주 앤하버에는 이른바 실패박물관(New product works)이라는 특별한 박물관이 있다. 실패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버트 맥메스가 40여년에 걸친 연구와 자료 수집을 통해 7만 여점의 실패 사례들을 모아서 전시하였다. ‘연기 안 나는 담배’는 대표적인 실패 발명사례이다. 흡연자들이 연기를 바라보는 기쁨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에디슨 발명의 최종 성공 사례들에 열광하지만 “실패는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는 그의 말처럼 교육도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성숙한다. 실패 속에는 성공의 씨앗이 품어져 있다.

교육 현장에는 널리 알려진 우스개 소리가 있다. ‘해방 이래 연구학교 치고 실패한 학교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해마다 수 많은 연구학교와 성공사례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연구기간이 끝나고 교장이 바뀌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연구가 거의 대부분이다. 성공사례는 이제 그만하자. 오히려 실패 사례를 나누고 실패로부터 겸허하게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패면역력을 길러서, 결정적인 순간에 만나게 될 치명적인 실수를 예방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세월호 사건에 따른 백서 한권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우리 현실이 슬프다. 하지만 이제 해마다 도교육청과 시ㆍ군교육청 및 모든 학교는 교육계획서만 세우지 말고 교육평가서 즉, 백서를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그 중에서 가장 뼈아픈 실패 사례들을 익명으로 노출하여 토론하고 실패면역 백신을 만들자. 일부 기업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으니 겁내지 말고 쫄지 말고 용감하게 발을 내 딛자. 연말이 되어 개인적인 결산에서도 실패백신을 만드는 작업이 유용하다.

캐네디 대통령이 쿠바의 미사일 사태를 의논하는 회의에서 국무장관인 동생에게 이른바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맡겼다. 그는 왜 쿠바를 침공해서는 안 되는지 설득했고 그 결과 세계는 큰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군사작전을 할 때 대응 팀인 이른바 Red Team을 운영한다. 상대방의 대응을 생각하고 위험(Risk)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교육정책을 결정할 때도 이른바 악마의 변호인이 되어서 그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도자의 입만 바라보고 듣기 좋은 말만 해서는 안 된다.

지도자 역시 열심히 노력하다가 실패한 사람을 쉽게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 경험과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서 얻기란 더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사람과 변명과 네 탓을 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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