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문화부 차장

▲ 박소영 문화부 차장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에는 900년 전 지어진 슈테판 성당이 있다. 슈테판 성당은 비엔나 시의 랜드마크다. 비엔나 시의 모든 건물은 슈테판 성당의 높이를 넘지 못해 아파트를 신축해도 5층 정도의 높이밖에 짓지 못한다. 조망권을 확보하고 성당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 성당은 이미 1000년 전 지어졌지만 100년이 지나 다시 건립한다. 그 때도 성당의 일부분(입구)을 살린 채 증축했다. 이미 천 년 전부터 도시의 건축물을 보존했다는 게 놀랍다. 건축물 자체가 도시의 역사이자 인간의 역사이며 또한 미래세대에게 보여줄 정체성으로 인식했기 때문일까.

얼마 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로마, 피렌체, 베로나, 잘즈부르크, 크렘스, 비엔나 시의 역사문화유적 보존사례를 취재했다. 이들 담당자들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조언을 했다. 과거의 역사적 산물을 관광자원화 시킬 때는 남아있는 유적을 제일 먼저 조사 기록하고, 전수해 공개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해라. 이 문화가 바로 자신들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오스트리아는 이미 1700년대 문화재 보호에 관한 법률의 기초가 만들어졌고, 1920년 대 문화재보존법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도 법은 다 제정돼 있다.

문제는 실제 어떻게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느냐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각 시마다 구시가지 보존법이 마련돼 있어 소유주가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을 할 경우 전문가가 개입해 도시 전체의 미관을 고려하도록 한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도시 전체의 건물에 대해 때로는 제재를 가하기도 하고, 일부 변경에 따라 차액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러한 협력체계가 구축돼 있다는 게 부럽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집을 수리할 때 동네 전체의 아름다움과 환경을 고민하고 함께 논의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도시 전체의 그림, 작게는 동네 전체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과거의 건물들은 빠르게 지워져 갔다. 하지만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당장 내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이 중요했다.

오스트리아와 이태리에서 보낸 시간은 일주일 남짓. 다시 청주에 돌아와 도시의 모습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공정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있다고 하더라도 개개인의 이익에 의해 위원회가 작동되기 일쑤이다. 그러다보니 위원회도 시스템도 불신하는 게 우리들의 현주소다.

물론 내 건물을 내 맘대로 바꾸지 못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이방인이 보기엔 아름다운 풍경일지라도 그 곳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정작 불편을 호소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보다는 그들은 ‘문화유산’속에서 살고 있다는 자긍심이 더 크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문가들이 몇 년이 걸리더라도 소유주를 설득하고 함께 도시의 그림을 그려나간다는 것 또한 배워야 할 점이다. 이들에겐 사실 문화재보호법이 있든 없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국가로부터 어떠한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이미 자신의 건물을 기꺼이 도시의 하모니에 맞출 준비가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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