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수돗물 단수사고 후 사고대책본부 구성 안하고 주먹구구식 대처

▲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이승훈 시장.

올 여름 최악의 사태로 불리는 청주시 수돗물 단수 사고가 나흘만에 정상화 됐다. 하지만 청주시는 재난 대처가 미흡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실제 여론의 질타를 받을 만큼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재길 부시장의 사과에 이어 이승훈 시장이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성난 시민들의 목소리는 5일에도 이어졌다.

그동안의 과정을 짚어보면 청주시는 우선 수돗물 단수가 일어난 뒤 홈페이지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사고가 발생한 지난 2일 일요일 당직실로 전화가 폭주했다. 한꺼번에 많은 전화가 빗발치자 당직실은 ‘통화중’ 사태가 계속돼 시민들의 분통이 이어졌다.

그리고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지 않아 체계적인 재난관리가 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시는 이 사태가 발생한 뒤인 지난 2일 오후10시 부시장이 주재하고 국장급 간부들이 참석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후 11시 40분경 휴가를 떠났던 이 시장이 도착해 시장이 주재하는 회의가 새벽1시경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돗물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상수도사업본부와 재난관리를 하는 안전도시주택국은 협의하에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매뉴얼에 따라 대처했어야 하나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한 것.

청주시 모 간부도 “사고대책본부를 바로 구성하고 사고수습과 물 공급, 시민들에게 수습 과정을 알리는 일 등을 나눠서 했어야 하나 이것이 안됐다. 시민들의 원성이 빗발치는데도 통합정수장 도수관로 연결공사에만 신경을 써 시민들에게 과정을 설명하는 일에 소홀했다”고 말했다.

또 한 공무원은 “매뉴얼이 있으나 작동이 안됐다. 상수도사업본부에서 급수가 금방 재개될 줄 알고 괜찮다고 하면서 사고대책본부 만들 생각을 안했다. 하지만 괜찮다고 한 이후로 두 번이나 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7월 인사이동으로 상수도사업본부 직원들이 여러 명 바뀐데다 우왕좌왕하면서 대처를 못한 것”이라며 “재난대처에 대해 시 공무원들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 대처와 관련해 사전에 단수조치를 하지 않고 공사를 하고 사고가 난 뒤에도 안일하게 판단한 상수도사업본부와 사고대책본부 구성을 지시하지 않은 이 시장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시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가벼운 사고라는 보고에 휴가를 떠났으나 내가 상황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도 진상규명을 거쳐 공무원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담당 공무원의 책임보다 이 시장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더 거세게 일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6월 CI 사태에 이어 다시 한 번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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