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역사회 갈등의 중심지로 부상한 청주 남중학교 백로 서식지 처리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백로도 보호하고 학습권·건강권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안을 찾자는 의견과 백로보단 인간이 우선이니 당장 간벌(소나무 베어내기)하자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30일 청주시 등에 따르면 청주시와 청주 남중, 청주교육지원청, 서식지 부동산 소유자인 청주교대, 환경단체 등은 최근 두 차례 '백로 서식지 피해예방 협의회'를 열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남중학교와 이 학교 학부모회는 학습권·건강권 보호가 우선이니 당장 대책을 세우라고 압박하고, 청주교대와 환경단체는 서식지 보전을 전제로 공생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맞서고, 청주시는 간벌을 전제로 놓고 일단 피해를 최소화하는 활동에 주력하겠다는 자세다.

사단법인 풀꿈환경재단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학생 자율적 원탁토론'을 하자고 이날 제안했다.

남중학교 여름방학이 끝나는 8월 말에 피해자이면서 '수혜자'인 남중학교 재학생들은 백로 서식지를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고 보는지, 수업을 방해하고 건강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서식지를 일정 부분 훼손해야 한다고 보는지를 직접 물어보자는 취지다.

토론을 벌인 뒤 필요하다면 투표도 진행하겠다는 게 환경단체의 구상이다.

남중학교와 청주교대 뒤편 잠두봉에는 올봄 백로떼 1000여 마리가 몰려와 극심한 악취와 소음공해를 일으키고 있다.

백로가 먹다 남긴 생선과 새끼 백로 사체가 썩으면서 풍기는 악취는 인근 수십m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잔털이 교실로 날아들어 천식·비염 등 호흡기 계통 질환을 앓거나 민감 피부를 가진 학생들이 고통을 당했다.

남중학교는 백로의 분변과 사체 등을 통해 전염병이 발생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청주교대 역시 급식소가 있는 학생회관에 잔털이 날아드는 피해를 보고 있다.

이 학교 학부모회는 학생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관계 당국에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하는 청원서까지 냈다.

학부모와 지역 주민이 요구하는 대책은 백로가 둥지를 틀고, 번식하는 소나무를 베어낸 후 백로가 싫어하는 활엽수로 교체해달라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