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김홍숙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요양보호사

▲ 김홍숙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요양보호사

저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 어르신들을 모시는 직원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저희들은 단식, 삭발, 3번의 노숙농성을 하며 400일 넘게 싸움을 해오고 있습니다.

간병사 1인이 3개의 병실을 보라는 병원의 요구가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니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은 몰랐습니다.

월급을 올려달라거나 상여금을 지급해 달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모시는 어르신들께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병원장과 청주시청 관계자들은 이런 순수한 여성노동자들의 마음을 강성노조라고 매도하였습니다.

작은 환경변화에도 예민하신 어르신들은 병실만 이동해도 불안해하시는데, 병원장과 간호과장은 퇴원을 종용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일주일에도 몇 번씩 방을 이동시키고, 하루에도 3~5번씩 보호자들에게 연락하여 단전과 단수로 겁박하여 환자를 빼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이 병원이 좋으니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시는 50여명의 어르신들은 보건소 공무원들까지 동원해 강제 전원하였습니다. 역정을 내시는 어르신들도 있었고, 직원들 손을 잡고 울면서 가기 싫다고 하시는 어르신들도 계셨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는 어르신들께 보호자들이 집으로 모신다고 둘러대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는 모습에 눈물을 훔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말씀도 못 하고 누워계시는 어르신들도 병원의 분위기는 알아차리셔서 같은 방의 환자들이 떠날 때마다 눈물을 흘리시고, 잘 드시던 식사도 못 하고 수저를 놓으시며, 고열에 시달리기까지 하셨습니다. 병원 직원들을 가족처럼 느끼고 여생을 이 병원에서 편안히 지내고자 하셨던 어르신들이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나요?

의료인으로서 양심은 없고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민간위탁운영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시장과 시의원, 책임회피에 급급한 공무원들의 탁상행정과 보신주의 등 이런 각종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하여 결국 청주시에 하나뿐인 시립병원은 문을 닫았고, 혈세 157억원은 쓰레기가 되었으며 직원과 환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가 양심선언을 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했다면, 아마 병원은 겉으로는 잘 운영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화재안전교육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언젠가는 장성요양병원과 같은 참사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싸움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비록 몸은 힘들고 고생스럽겠지만,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정상화하여 제2, 제3의 장성요양병원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제대로 된 공공요양병원의 기준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조례개정과 3차 공모를 통한 시립병원 정상화를 위한 저희의 투쟁을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면 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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