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리모델링 한다면 최소한의 선에서 수선, 비용 절약할 것”
설명없이 리모델링으로 급선회한 이 시장에게는 시민 불만

시청사 리모델링 얘기를 처음 꺼낸 사람은 이승훈 시장이다. 이 시장은 지난 1월초 신년기자간담회에서 갑자기 리모델링을 들고 나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2000억원 넘는 돈이 묶이는 청사 신축은 생산성이 높은 사업이 아니다. 건물을 조금만 바꾸면 사무실로 쓸 수 있다. 재정상황이 넉넉하지 않다면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이라면서 특히 “높이 올라간 청사가 권위적으로 버티고 서있는 모습이 많은데 이는 일제 잔재다. 건물을 없애는 것보다 보존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강조했다.

일제 잔재라고 한 말은 이어령 전 장관의 말을 인용한 것.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0일 ‘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 명예조직위원장 위촉장을 받기 위해 청주를 방문했다. 그는 “지자체장으로 당선되면 시청부터 크게, 권위적으로 짓는데 이건 식민지 도시형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은 이 전 장관의 말에 감명을 받았다고 전하면서 “건물을 보존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이 청주시청사를 리모델링 하라고 직접적으로 말한 건 아니지만 이 시장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 시장은 이후 5월 11일 주간업무보고회 때 “나는 리모델링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개인문제가 아니므로 직원들과 시민의견을 들어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쓸 수 있는 예산은 1000억원 정도이고 청사를 신축하면 5년 동안 136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 하지만 재정 건전성 차원에서 빚을 안 쓰겠다는 게 시장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시장 본인이 리모델링으로 결정해놓고 직원과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는 것은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여전히 불만을 토로한다. 담당과는 리모델링 얘기가 나오기 며칠 전인 2014년 12월 27일 시장에게 올해 사업보고시 청사건립 계획 보고를 했다. 그럴 정도로 이 시장의 말은 깜짝발언 이었다.

“수천억원 쓰지 말고 다른 분야에 투자”

청주시가 리모델링 비용으로 잡고 있는 금액은 현 시청사 154억원, 농협충북본부 74억원, 청석학원 123억 등 351억원이다. 시 관계자는 “리모델링 하게 되면 장례식장이 있는 청주병원은 철거해 주차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 곳의 리모델링 비용은 따로 넣지 않았다. 리모델링 비용은 근무하는데 지장이 없는 정도의 수선을 한다는 범위에서 뽑은 것이다. 한다면 최소한도만 손을 대는 선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 본관은 50년, 의회건물은 30년, 청주병원 34년, 농협 맨 오른쪽 건물 43년, 그리고 청석빌딩 맨 오른쪽 건물은 31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현황도 참고)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청주시가 역사성있는 건물을 남기고 재활용하는 모범도시가 되자고 말한다. 아울러 몇 천억원씩 들여가며 청사를 짓느니 다른 분야에 투입해 내실을 기하자는 것. 통합을 계기로 구청과 낡은 주민자치센터 건물까지 지어야 하는 마당에 당분간 기존건물을 수리해 쓰자는 주장이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지난 7일 충북참여연대 주최 토론회에서 “499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45.9%가 리모델링에 찬성했다. 신축은 21%로 이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충북참여연대가 건축사·시의원·전 공무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연 토론회에서는 신축이 우세했으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는 리모델링이 우세하게 나온 것.

모 건축사는 리모델링을 하는 선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현 청사를 리모델링해 시의회와 대민서비스 부서,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하고 행정분야는 옛 연초제조창으로 가는 것을 제안한다. 옛 연초제조창은 근대산업의 건물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튼튼한데다 층고가 높아 어떤 용도로 써도 좋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모 시의원은 “신축이냐 리모델링이냐 따지기 전에 의사결정과정이 중요하다. 이 시장은 CI문제 때문에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와 큰 어려움을 겪었다. 만일 시청사 문제를 제대로 의견수렴하지 못하면 CI 때보다 더 힘든 상황에 빠질 것이다. 청사는 시민들에게 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어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마디 했다.
 

▲ 마지막 공사중인 시립미술관

청사 리모델링 지자체, 전국적으로 여러 군데
어느 정도 수선하느냐에 따라 비용 천차만별

전국적으로 청사를 리모델링한 지자체가 몇 군데 있다. 본청을 고친 곳은 횡성군, 보성군, 영주군, 김해시 등. 구청과 별관, 민원실 등을 바꾼 곳으로는 대구 남구, 수원시의회, 강원도 별관, 청양군 민원실 등이 있다. 이런 지자체들이 쓴 예산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모두 다르다. 리모델링은 얼마나 수선했느냐에 따라 들어가는 돈도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청주시는 옛 KBS 건물, 옛 연초제조창, 기무사, 시장 관사 등을 리모델링했다. 그 중 옛 KBS 건물은 시립미술관으로 탈바꿈한다. 준공 예정일은 오는 9월 14일. 당초 리모델링 비용을 48억원 정도 예상했으나 최종 들어간 돈은 84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석면철거와 정밀안전진단 및 내진성능평가, 폐기물 철거 등의 비용을 계산에 넣지 않았으나 공사중에 이런 돈이 들어갔다. 건축관련법도 과거보다 강화돼 지켜야 할 사항이 많고, 돌발상황도 자주 발생했다. 더욱이 미술관은 내부 인테리어와 외부 조형미까지 생각해야 돼서 더 많은 돈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건물을 재사용한다는 좋은 의미가 있지만, 비용은 예상보다 많이 들어간다. 수선에 욕심을 낼수록 많은 돈이 필요하다. 만일 시청사를 리모델링 한다면 이런 경우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시립미술관은 신축한 것 보다는 비용을 줄였지만, 리모델링의 효과를 크게 거두지는 못했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청주시 사창동 기무사도 크게 변신했다. 이 곳 건물은 청주평생학습관 분관 교육실과 북카페, 마당은 배티여성친화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리모델링 비용은 토목공사 130억원+건축 45억원+기타 등 180억원 가량 들어갔다고 한다. 이 또한 적은 비용은 아니나 시민들은 이 곳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고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을 한다. 이 공원은 현재 사창동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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