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문제, ‘구도심 활성화’라는 대의명분 해결 전제조건 속에서 다뤄야
“시장과 정치권, 신축비용 국비확보 책임져라···겨우 500억 받고 포기?”

청주시 청사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신축이냐, 리모델링이냐, 아니면 신축+리모델링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청주시는 지난해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통합시청사 건립 타당성조사 및 기본구상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현 시청사 일대에 청사를 신축키로 결정했다. 오는 2020년까지 현 시청사 부지를 남북 방향으로 확대한 2만8450㎡ 터에 지하 2층, 지상 15층 의 신청사를 건립키로 했다.

그런데 이승훈 청주시장은 올 1월 5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갑자기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이 후 신축과 리모델링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게 일었다. 시는 지난 6월 7일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다시 ‘통합시청사 리모델링 타당성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10월에 결과가 나오면 두 가지 안을 놓고 시민의견을 수렴한 뒤 11월에 최종 결정한다는 게 현재까지 나온 얘기다. 의견수렴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의견이 팽팽한 만큼 진통이 예상된다. 따라서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다.
 

▲ 청주시는 오는 11월 시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청사문제를 매듭짓는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현 청사를 중심으로 한 주변 건물.

‘청주시청사 신축’은 이미 청원·청주통합추진위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지난 2014년 7월 1일 통합청주시가 출범하기 전까지 주요사항은 이 곳에서 결정했다. 당시 강내면 학천리, 시직동 청주종합운동장 일대, 복대동 대농3지구 특별계획구역 일대, 중앙동 현 청주시청사 등 4개 후보지 중 주민여론조사를 거쳐 현 시청사 부지로 결론을 내렸다.
 

현 시청사 부지가 특히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기존 청사가 있다는 상징성과 균형발전성에서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청주·청원을 통틀어 볼 때 현 부지가 중심에 가장 가깝고, 공동화현상을 겪고 있는 구도심과 외곽 신규개발지역과의 균형발전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청주시민들은 사직동 종합운동장 일대를 가장 많이 지지했으나, 청원군민들은 현 위치를 가장 많이 꼽았다. 청원군민들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심지에 있는 현 청사부지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은 “다양한 구도심 재생사업을 하고 있는 청주시 정책방향과 부합하고, 청사건립과 재생사업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결정에 대해 당시 청사를 외곽에 신축하는 다른 지자체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분석들이 잇따랐다. 따라서 시청사문제는 구도심 활성화라는 대의명분을 해결해야 하는 전제조건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

또 시청사는 청주·청원 통합정신을 구현하고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문화 및 커뮤니티 공간 기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양 지역 통합은 두 번 다시 못 올 역사적‘사건’이기 때문에 이를 기념해 시청사를 건립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청사를 지을 계기를 앞으로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들이다. 아울러 시청주변 응석빌딩·청석빌딩·우민타워·전 청원군청 등에 흩어져있는 조직을 한 군데로 통합하고 관련부서끼리 배치해 시민들이 편리하게 찾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신축을 해야 한다는 게 신축론자들의 주장이다.

“재선 위해 힘든 일 하지 않으려는 것”

하지만 문제는 많은 예산. 더욱이 일반 시민들은 청사건립에 혈세를 쓰는 것에 부정적이라 이를 설득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경기 성남시와 용인시가 호화청사를 지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사를 신축한다고 하면 일단 호화청사, 혈세낭비라고 인식하는 여론이 상당히 많다. 또 청주시는 본청사와 구청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따라서 청사신축을 위해서는 국비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정부가 통합지역에 대해 행·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런데 청주시장은 돈 때문에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틀었다. 겨우 국비 500억원 확보하고 포기한다는 말인가. 시장과 정치권은 국비확보를 책임져야 한다. 통합을 기점으로 향후 백년대계 도시를 건설하는데 기초를 놓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신축의 계기를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재정건전성 핑계대고 재선을 위해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시장은 지난해 12월 3일 “자율통합기반조성비 500억원을 확보했다.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국비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청사신축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리모델링 얘기를 꺼내면서 정치권의 국비확보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지사, 시장, 정치인들이 청사신축비용 확보를 위해 정부와 국회를 수도없이 찾아가던 모습과는 딴 판이다. 신축론자들은 지난해 분위기를 다시 살려 국비를 최대한 확보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선1기 때부터 청사건립 준비해온 서울시
조례 제정하고 종잣돈 모아 2989억원 건물 신축, 본관은 리모델링

▲ 서울시청사. 사진=서울시 홈페이지.

서울시청사 건립 과정을 보면 배울 점이 있다. 매우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이미 민선1기 때인 1996년 조순 시장은 청사건립의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서울시 신청사건립 기금설치 및 운용조례’를 제정하고 그 해에 300억원, 다음 해에 500억원 등 총 800억원을 조성했다. 이 돈이 나중에는 이자가 붙어 1892억원이 되었다는 것. 총 공사비는 2989억원. 종잣돈에 1000여 억원을 더 합쳐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서울시청사는 2008년 3월 착공해 2012년 8월 완공됐다. 지난 1926년 지어진 본관은 리모델링해 서울도서관 등으로 쓰고 신관은 신축했다. 신관은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처마를 재해석한 친환경적인 건물이라고 한다. 신관에는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공법을 도입했고 온·습도 등 미세한 기후조절과 소음경감 등을 위해 수직정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신청사는 공무원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서울도서관과 시민청, 하늘광장 등 시민문화공간도 있다. 직원들의 사무공간이 62%, 시민 문화공간이 38%이다”고 설명했다. 시민청은 토론·전시·공연·강좌·놀이 등 각종 시민활동이 가능한 곳.

서울시는 또 ‘시청사 通通투어’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은 청사에 얽힌 역사의 발자취부터 현재까지 모습을 1시간~1시간 30분가량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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