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기초생활수급 신청했지만 거절…보호없이 방치
치매 아버지에 장애아들 보살피게 해… 현 사태 야기

▲ 봉지맨으로 알려진 지적장애인 김 씨는 현재 모 장애인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기관은 그에게 목욕서비스와 식사, 의류 등 위생적인 생활 여건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곳에서 취재진의 카메라를 본 김 씨는 사진 찍는 포즈를 취하며 반가워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인정 사정 없는 부양의무제와 서류행정이 율량동 봉지맨 부자를 극단적인 환경에 내 몬 것으로 드러났다. 일명 봉지맨 김 모씨의 가족은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청주시는 부양의무제를 이유로 기초생활수급대상에서 제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함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수개월째 생활한 지적장애인 김 모 씨. 본보 보도(7월10일. 882호 10‧11면)이후 그는 청주시 모 장애인공동생활가정에 입소해 지내고 있다.

이곳에 입소한 김 씨의 모습은 한 눈에 들어 올 만큼 바뀌어 있었다. 장애인공동생활가정 관계자는 “김 씨에게 목욕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 옷을 제공했다”며 “앞으로 적응 여부를 좀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만족해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씨의 아버지도 현재는 병원을 퇴원하고 청주시 관내 모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 취재당시 그는 발목 부위에 심한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대소변도 혼자서 가리지 못하는 위중한 상황이었다. 그를 지켜봤던 지인과 의료기관 관계자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알콜질환에 의한 치매증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당시 김 씨의 아버지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오랜 기간 방치된 결과 병원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악취를 풍겼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 휴먼케어(대표 송유정)가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목욕차량을 제공했고 청주시북부종합사회복지관은 긴급하게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그를 목욕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 아버지에게 부양의무?

현재 사회복지계나 지자체 관계자들은 봉지맨 김 씨의 아버지에게 그를 돌보게 할 상황은 아아니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들은 김 씨의 아버지는 사실상 자신을 보호할 능력을 이미 상실해 타인의 보호를 받아야 될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김 씨와 그의 아버지를 예전의 상황으로 돌려 놓으면 현재의 상황은 언제든지 재발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사회복지 관계자는 봉지맨 김 씨에게 장애인공동생활가정과 같은 기관에서 보호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한 이견은 없지만 문제는 돈이다. 장애인공동생활가정에서 김 씨가 계속 지내려면 매달 50~60만원의 금전이 필요하다. 김 씨는 장애인 연금이외엔 소득이 없다.

이를 해결 할 방법은 봉지맨 김 씨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되면 된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정부에서 이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본보 취재결과 김 씨는 번번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서 탈락했다. 김 씨는 올해 초 청주시 모 주민센터에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 신청을 했지만 아버지가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또 올 해 뿐만 아니라 추가로 2차례나 더 같은 이유로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 기관은 김 씨 아버지의 건강상태 등은 고려되지 않고 서류에 기초해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외조항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부양의무자’란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부모, 자녀) 및 그 배우자(사위, 며느리, 계부, 계모 등)를 지칭한다. 법상 부양의무자가 일정한 소득을 올리고 있거나 재산이 있으면 정부는 수급대상에서 제외한다.

반면 사회복지계에서는 아버지가 재산이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맞다 하더라도 김 씨의 경우 예외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회복지계 관계자 A씨는 “자기 자신을 돌볼 능력도 없는 사람에게 지적장애인 자식을 돌보라고 한다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냐?”며 “그렇게 방치한 결과가 현재의 사태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국민기초생활보장지침과 지방사회보장심의위원회 운영기준을 살펴보면 김 씨에 대해 수급대상자로 충분히 지정할수 있다”며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존재이유는 예외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라고 밝혔다.

A 씨의 지적대로 지방사회보장심의위원회 운영기준을 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지침에 부합되지 않더라도 위원회 재량으로 조건과 기한을 전제로 해 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청주시도 김 씨를 기초생활지원대상자로 선정하는 길을 열어 놓았다. 청원구 관계자는 “김 씨의 가족들이 자구노력을 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을 지켜본 뒤 1~2 달 뒤에 지방사회보장심의위원회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봉지맨 뉴스 SNS 통해 하루만에 30여만건 전파

네티즌, 댓글 달며 공감…구체적 도움방안 제안도

 

▲ 본보가 제작한 SNS 전용 카드뉴스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본보가 제작한 카드뉴스 캡쳐화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본보가 SNS에 맞게 제작한 “우리는 그를 봉지맨이라 불렀습니다” 카드뉴스가 제작 하루 만에 전파된 수가 30여만 건을 넘어섰고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SNS 카드뉴스란 기존 텍스트 중심의 뉴스 보도 대신 사진과 최소한의 텍스트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기사다. 본보가 처음으로 제작한 ‘봉지맨’ 관련 카드뉴스는 10장의 사진과 사진당 30자 내외의 텍스트로 구성됐다.

이 뉴스는 페이스북의 공유하기 기능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고 네티즌들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등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한편 본보는 인터넷판 기사와 카드뉴스를 삭제했다. 기사를 삭제한 것은 보도와 관련해 사생활에 대한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김 씨 인척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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