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오옥균 경제부 차장

▲ 오옥균 경제부 차장

이달 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도움을 받아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선진지 취재차 유럽을 방문했다. 9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매일 2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며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또한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정책적 제안을 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일이라는 신념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람과 태양, 물, 쓰레기를 활용한 에너지를 확대하고 화석연료와 핵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는 너와 나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에너지 소비자는 물론 기존 에너지 공급자 또한 같은 마음이었다. 에너지회사들은 미래사회를 위해 장기계획을 세우고 원전폐로와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독일은 어느새 전체 에너지의 12%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전력만 놓고 본다면 전체 사용량의 28%를 신재생에너지가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전환 노력과 함께 에너지 절약이 선제돼야 한다고 말한다.

방문 당시 유럽은 여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었다. 이상 고온까지 더해져 어느 때보다 더운 여름을 맞고 있었지만 방문한 어느 기관도 냉방시설을 켜지 않았다. 더위에 지친 손님을 위한 배려는 창문을 여는 것이 전부였다. 대부분의 방문기관이 페시브하우스(에너지효율이 일정 기준 이상 높은 건물)에 준하는 건물이다 보니 창문을 여는 것도 그리 잦은 일은 아니었다. 밖과 차단하는 것이 오히려 시원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에너지 절약은 습관처럼 자연스러웠다. 돈을 아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그들은 여전히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었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단순 경제효과로는 원자력발전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은 자손만대에 걸쳐 격리해야 할 폐기물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적절치 않다. 그들은 당장 쉬운 길보다는 오랫동안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에너지 정책은 선진적이라고 표현할 수준에 올랐다. 에너지 사용은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고, 수년 뒤에는 신재생에너지가 대표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해외 취재 전에 국내에서도 에너지 공급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 브리핑룸은 냉방이 잘 돼 있었다. 그들은 ‘경제적’이란 말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해마다 늘어나는 전력사용량을 제시하며 발전시설을 확대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저렴한 가격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저렴한 전기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결국 한국을 잘사는 나라로 만드는데 중요한 시설이 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들에게 지구의 건강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같은 세상인데, 한쪽에서는 머리를 맞대고 지구의 수명을 늘릴 방법을 찾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논리만을 내세우고 있었다. 인식의 차이, 그 차이만큼 확연히 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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