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혁명이란 기준 자체를 바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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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혁명이란 기준 자체를 바꾸는 것”
  • 충청리뷰
  • 승인 2015.07.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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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연구소’가 펴낸 슬라보예 지젝의 인터뷰집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서명석
(주)블루소프트 대표

▲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인디고 연구소 지음. 궁리 출판사 펴냄.

‘철학’이라 하면 아주 오래전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이 생각난다. 시간을 최대한 끌어당겨도 칸트, 데카르트나 마르크스라는 이름으로 끝난다. 미술 분야에 고대, 중세, 근대, 현대 미술이 있듯이 철학에도 현대철학이 있을 텐데 대다수 사람은 오래전 철학자의 이름은 알아도 지금 살아있는 현대 철학, 철학자를 알지 못한다. 하기야 대학에서도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철학과가 폐과되는 마당에....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스스로 던지는 삶의 근본적인 질문들은 철학과 맞닿아 있다.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의 중심에서 멀어져 잔가지들을 붙들고 매달리면 바람이 불때마다 흔들리는 것뿐이다. 우리가 흔히 '내공'이 깊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와 타자,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는 명확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과 허구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많은 정보에 지치는 요즘, 생각하는 힘, 철학적 사고력이 더욱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철학은 중요하다.
 

슬라보예 지젝은 유고슬라비아 태생으로 라캉과 마르크스, 헤겔을 접목한 독보적인 철학자이며, '동유럽의 기적'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독특한 영화 해석과 문화 비평을 내놓는 철학자로 유명하며, 미학, 정치이론 등 다양한 지식을 철학에 자유자재로 접목하는 독특한 사유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광신도를 몰고 다니는 사람’ 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오늘날 주목받는 사상가이자 철학자이다.
 

지젝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폐해를 비판하고 이를 대체할 다른 형태의 새로운 사회구조가 필요하며, 다른 사회구조의 도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마치 한국 사회가 처한 여러 가지 자본주의적 문제점을 정확이 짚어 주는 것 같아 지젝은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강연을 통해 소개되었고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를 가진 사람이다.
 

이 책은 국내의 지젝 관련 책들 중 최초의 인터뷰집이다. 제목의 ‘불가능한 것’이 혁명 혹은 공동선을 위한 투쟁이라고 한다면, '가능성'은 혁명이 불가능해진 지금의 지평에서 혁명을 만들어내려면 혁명을 이끌 주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그들이 어떻게 현 상황을 혁명으로 이끌 것인가에 관한 지젝의 제언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장의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자본의 질서를 파괴하는 범법 행위는 신체에 상해를 가하는 죄만큼이나 큰 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지젝은 “진정한 혁명이란 기준 자체를 바꾸는 것을 뜻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안정의 상태를 원하는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혁명적 주체에게 ‘진정한 사유’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다. 현재의 사회를 만들어낸 ‘가능성의 조건들’을 문제 삼고, 이를 바꾸어 나가자는 말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일이 핵심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불가능성 자체를 제거하는 것, 다시 말해서 혁명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사회적 기준 자체를 다시 쓰는 것이다.


늘 깨어 있으라
 

지젝은 단호하게 혁명을 이야기하지 적당한 타협을 말하지 않는다. “비존재보다 재난이 낫다. 무기력하게 살기 보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진리-사건을 향한 충실성에 몸을 던지는 것이 낫다. 우리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하는 것은 최악을 피하고자 차악을 선택하는 것. 이는 피해의식에 가득한 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다. 만약 우리가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생존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
 

인터뷰 대담집은 마치 그 사람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빠져든다. 딱딱한 이론으로 무장한 철학책을 접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면서도 날카롭고 비판적인 지젝의 논리에 전율하게 된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자본주의의 종식, ‘혁명’을 이야기 할 땐 통쾌하다. “사회적 자유. 상징적 권력을 가지고 있던 자들이 권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사람들이 더 이상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 마법같은 순간. 혁명의 본질. 바로 이렇게 권력을 무시하고 혹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덤덤한 행위를 통해 불가능한 혁명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서 지젝은 당부한다. “불가능한 것(혹은 파국)이 불가능 할 것이라는 불신을 불신하는 것. 그들의 비극적인 진단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되 그것에 현혹되어 그릇된 죄의식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는 것. 냉정을 유지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 볼 것, 그리고 늘 깨어 있을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역사의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늘 깨어 있으라는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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