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백년대계/ 이동갑 충북교육발전소 정책전문위원

“교육감이 바뀌었지만 달라진 것이 무엇입니까?” 며칠 전 한 모임에서 후배 교사가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하였다. 많은 교사, 학부모, 시민단체 회원과 학생들은 김병우 교육감 취임 1주년을 지나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한다. 변화와 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을 잃어버렸기에 충북교육의 배가 심하게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과연 복원이 가능할 것인지를 염려한다. 특히 정책적인 관점에서는 임기 첫 해에 마땅히 하여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함으로 인해 다음 단계의 개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아프게 들린다.

나는 어렵게 모죽 이야기를 꺼냈다. 대나무 중에서 최고로 치는 모죽(毛竹)은 씨를 뿌리고 5년 동안 물을 주고 가꾸어도 싹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5년이 지나면 어느 날 손가락만한 죽순이 돋아나고 하루에 60~70cm를 자라서 마침내 25~30m의 대나무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난 5년 동안에는 왜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것인가? 의문을 가진 학자들이 땅을 파 보았더니 대나무의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나가 10리가 넘도록 땅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충북교육에는 눈에 보이는 변화와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있었다. 선거법 논란에 발목이 잡힌 교육감은 자신의 공약을 제대로 펼쳐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의회와 지역의 언론 역시 우호적이지 않았다. 더욱이 한 번도 교육권력교체를 경험해 보지 못한 교육관료들은 교육감이 낙마를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눈치보기와 함께 냉소와 거리두기로 시간을 보냈다는 지적도 들린다. 교육감의 개혁정책을 보좌할 참모들의 역량은 충분히 준비되지 못했고 견고한 기득권의 벽을 뚫어내는데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변화는 엉뚱한 곳에서 조용히 땅 밑에서 시작되었다. 금년 3월에 실시한 교육부의 전국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충북이 도단위 교육청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 것을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역할은 수요자 만족도였다고 한다. 충북교육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도민들의 뜨거운 지지와 기대가 충북교육의 가장 큰 밑거름인 것이다. 하지만 이 결과는 상당 부분 기대치와 희망을 담고 있는 것임을 기억하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전교조 충북지부가 충북의 유·초·중·고 교사를 모집단으로 하는 설문조사는 표본크기(557명), 표본추출방법(지역별 임의할당), 표본오차(95% 신뢰도 수준에 오차범위 ±4.1%)가 확보된 조사로 주목 할만 하다. 이 설문의 응답자는 전교조 회원은 119명, 교총회원이 230명, 미가입교사가 207명이었다. 설문에서 교사들은 김병우 교육감의 업무수행에 대해 매우 잘하거나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74.2%이다. 학교 현장의 변화 역시 긍적적인 의견이 75.9% 등으로 김병우 교육감이 현장 교사의 지지를 골고루 받고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교원업무정상화(43.5%)와 사부담 공교육비 없는 학교(25.3%)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을 설문의 결과들이 보고되는 가운데 22일 도교육청 사랑관에서는 ‘충북교육 변화와 가능성을 진단한다’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이 열린다.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관료들과 전문직, 일반직 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주체들이 더 많이 연구하고 토론하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여야 할 것이다. 모죽(毛竹)이 땅 속에서 뿌리를 굳게 손잡듯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실력을 준비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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