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위 충북한겨레두레협동조합 이사장 시작…박재동 만화가 작품 곳곳에 부착

▲ 박재동 만화가

청주시 상당구 중앙로는 구도심지역 중 한 군데다. 일방통행로가 많은 좁은 골목과 고만고만한 상가가 일렬로 있는 중앙로는 도심의 화려한 네온사인으로부터 어느 정도 비켜 서있다. 이 곳은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구도심 공동화로 상권이 많이 침체됐다. 실제 동네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비어있는 건물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골목에 만화가 등장했다. 음식점 ‘영희네전집’과 ‘동양뷔페’ 커피숍 ‘풍경소리’ 골목 벽면에 만화가 박재동(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씨의 만화가 붙자 색다른 볼거리를 주고 있다. 근처를 지나가면서 만화를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만화를 붙인 사람은 윤석위 충북한겨레두레협동조합 이사장. 윤 이사장은 “상권이 침체돼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이런 것을 보고 안타까워 뭔가 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재동 화백에게 만화를 쓰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무료로 작품 800점을 보내왔다. 고경일 상명대 교수도 작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 중앙로 골목에 붙인 만화들.

윤 이사장은 사비를 들여 만화를 시트지로 인쇄해 일일이 붙였다. 희망하는 사람들이 연락을 하면 찾아가서 붙여주는 방식으로 해왔다. 그는 “이제는 녹색청주협의회에서 300만원의 예산을 받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됐다. 어렸을 때 추억이 남아있는 골목에서 정감있는 만화를 발견하면 기쁘지 않겠는가. 우선은 중앙로에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이사장의 사무실이 인근 수복식당 2층에 있어 이 운동은 자연스레 중앙로에서 시작됐다.

박재동 교수는 “윤석위 이사장이 새로운 문화운동을 시작한다고 해서 그림을 주었다. 돈 때문에 이런 운동을 시작하지 못한다면 안되지 않는가. 시민들이 골목에서 그림을 볼 수 있게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작품이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면 나도 기쁘다. 작가들이 갤러리에 작품을 전시하지 않아도 시민들이 골목이나 거리에서 볼 수 있다면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골목길에서 문득 재미있는 만화를 발견하면 한 번 웃고 지나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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