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금천동 ‘꿈꾸는 책방’ 이연호 대표, 충주 ‘책이 있는 글터’ 23년 노하우 청주상륙

세상이 주는 즐거운 재미 중 하나는 반전을 접하는 일이다. 마침내 거대 악이 퇴치되거나,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치는 장면은 언제나 통쾌하다. 청주 서점가에 이런 ‘반전’을 꿈꾸는 책방이 나타났다. 지난 18일 금천동 혜원학교 입구 맞은 편에 문을 연 ‘꿈꾸는 책방’. 벼랑끝 동네서점이 사라지는 세태에 홀연히 ‘청주시민의 문화공간’을 표방하고 나섰다. 알고보니 이 책방 이연호 대표(51)는 전국 동네서점의 ‘롤모델’인 충주 ‘책이 있는 글터’를 1992년 만든 주인공이었다. 충주를 평정(?)하고 이젠 도청 소재지 청주를 접수하러 나선 것이다.

“‘책이 있는 글터’는 23년간 터잡은 덕분에 회원이 3만명이 넘는다.(인구 20여만 도시에 오프라인 신청회원이 이 정도라니…) 온라인 판매가 성행하지만 아직도 직접 만져보고 읽어보고 선택하려는 독자들이 많다. 우리 책방은 손님들에게 즐거운 공간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꾸몄다. 눈여겨 볼 신간, 독자들이 읽고 권하는 책 등으로 구분해 소개 엽서와 함께 진열한다. 한해 50만종의 신간이 쏟아지는 가운데 분야별 양서에 대한 정직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이 있는 글터’는 2개층 500㎡의 넉넉한 공간에 편히 읽고 쉴수 있는 서점이다. 동화작가들을 초청해 자신의 책을 직접 읽어주기도 하고 ‘라틴퍼커션 드럼세트’를 쓴 박인규 교수(호원대 실용음악과)는 다양한 타악기를 소개하는 소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청주 ‘꿈꾸는 책방’ 개업식 때는 ‘박달재’ 이철수 판화가를 초대해 인문학 강좌를 진행했다. 청주 책방은 1층 200㎡라는 공간적 제약이 있지만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 대표가 보름동안 직접 시공한 바닥부터 천정까지 100% 목재 인테리어도 매력적이다.

이 대표는 충주의 성공에 힘입어 작년엔 가까운 주덕읍에 ‘하늘문고’를 열었다. 도서정가제가 동네서점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해서일까? “중형급 서점은 약간의 매출증대 효과가 있는데 오히려 소형 서점은 ‘쏠림현상’ 때문에 더 악화됐다고 본다. 주덕읍에 유일한 서점인 ‘하늘문고’는 SNS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터넷 주문량이 더 많다. 제도에 의지해 버티기 보다는 동네책방 스스로 역할을 감당하고 토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회원들이 5% 할인혜택 때문에 찾아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동네서점이 제공할 수 있는 또다른 5%의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오는 28일에는 세계 분쟁지역 아이들의 참혹한 실상을 취재한 '평화학교'의 저자 김영미 PD가 ‘꿈꾸는 책방’을 찾아와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동네책방의 소중한 꿈이 충주, 청주를 넘어 도내 전역으로 번져갈 날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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