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충북지부 “단체협약으로 합의한 내용 지켜야”
충북교총 “학교 재량에 맡겨야” 문제제기로 논란 확산

▲ 방학 기간 중 교사들의 일직성 근무를 놓고 충북지역 교원단체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단체 협약으로 체결된 사항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반면 충북교총은 이 안은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방학 기간 중 교사들의 일직성 근무를 놓고 충북지역 교원단체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단체 협약으로 체결된 사항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충북교총은 “교사의 방학 중 근무를 폐지하는 것은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며 반대하고 있다.

교사들은 그동안 방학이 되면 일종의 ‘근무조’를 편성해 학교 업무를 봤다. 이에 일직성 근무는 전화 받기, 문서 수신, 학교 방호와 같은 학교 관리업무를 위한 것으로 교사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는 게 전교조의 주장이다.

전교조 충북지부 이은성 정책실장은 “초·중등 교육법을 보면 교사들의 업무는 교육을 하는 것이지 시설관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 이유 때문에 2000년 초반 일직과 숙직 등이 폐지됐다. 방학 중 근무도 같은 관점에서 얘기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2월 단체협약한 사안

전교조 충북지부와 충북도교육청은 올해 2월 단체협약을 통해 ‘방학 중 일직성 근무’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 단체협약 내용을 보면 ‘방학 중 일직성 근무는 원칙으로 폐지하되 학생 지도상 교사들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교무회의를 통해 출근 방법, 시간, 근무형태를 협의하자’라고 돼 있다.

하지만 충북교총을 비롯한 학부모들은 “방학 기간 중 학생들이 학교를 나오는데 교사들이 나오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지적하고 있다. 충북교총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오면서 이 문제가 전국적인 사안으로 번지기도 했다.

현재 전국 시도교육청가운데 방학 기간 중 일직성 근무 폐지에 대한 단체협약을 명시한 데는 7개다. 충북교총의 문제제기 이후 전북교총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에서도 같은 사안으로 목소리가 나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1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는 일부 시도교육청의 방학 및 휴업일 교사의 근무 폐지 방침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교총은 “최근 일부 시·도교육청이 방학 및 휴업일 교사 일직성 근무 폐지 공문을 시행함에 따라 방학을 앞두고 학교현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6월 25일 충북도교육청, 7월 3일 전북도교육청에 이어 7월 9일 서울시교육청과 제주도교육청등이 학교현장에 보낸 이 같은 공문을 발송한 것이 확인됐다”며 “방학 및 재량휴업일에 교사 근무 여부는 학교자율에 맡길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더불어 교육부는 학교자율성 보장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은 성명서를 통해 “실제 많은 학교가 방학 중에도 학생들을 위한 돌봄 교실, 방과 후교실, 스포츠교실, 각종 캠프, 도서관 개방을 진행하고 있고 공문 및 민원처리 수요가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방학 중 교사의 근무 일괄 폐지는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 교장, 교감만이 학교를 지키고 학생들을 교육·보호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예전에 폐지한 곳도 있는데…

실제 7개 교육청 가운데 이미 경기도, 강원, 전북, 광주교육청에서는 방학 중 일직 근무가 폐지됐다. 광주교육청의 경우 단체협약안에 ‘방학 중 일직성 근무는 폐지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학교 재량권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크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교사들끼리도 입장이 엇갈린다. 또 초등과 중·고등의 경우 온도차가 크다.

청주시에만 100여개의 초등학교가 있는 데 현재 일직성 근무를 폐지한 곳은 2~3개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한 현직 교사는 “초등의 경우 청주교대의 선배·후배 문화가 강하게 작동된다.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들은 방학 때 교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관행이기 때문이다. 단체 협약 내용은 교무회의를 통해서 자유롭게 결정하라고 한 것인데 관리자들은 이 자체를 부정하기 일쑤다. 교무회의를 할 때 민주적인 결정구조가 작동돼야 하는데 이게 어려운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고등학교에서는 방학 중 일직성 근무 폐지를 보는 시각이 유연하다. 많은 학교가 이 안에 동참하고 있다. 초등의 경우 이른바 보충수업이 없지만 중·고등학교는 보충수업이 있기 때문에 방학 중 교사들이 수업을 위해 필히 학교를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충북교총 관계자는 “초등학교의 경우 외부강사가 진행하는 방과 후 교실이 많다. 도서관도 개방한다. 학교는 일단 교원들이 지켜야 한다. 학생들이 있는 데 교사가 나오지 않는 게 말이 되나 싶다. 차라리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논쟁을 해보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충북지부 관계자는 “지금 단체협약 내용은 방학 기간에 학생이 있는데도 교사가 안 나오겠다는 안이 아니다. 교무회의를 통해 결정하라고 한 것인데 호도되고 있다. 교무회의를 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조를 짜서 교사들을 배치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등학교의 경우 방과후 수업이 많은 데 이 때는 교사들이 처음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참관해서 지켜보는 것으로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논란의 핵심 ‘학교 재량권’…교원단체 간 해석 엇갈려

방학 중 일직성 근무가 논란이 된 배경은 무엇일까. 단체협약안을 체결했던 전교조 충북지부 관계자는 “이미 2002년, 2006년 단체협약을 할 때 이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그 후 10여년 동안 지켜지지 않다가 갑자기 이슈가 된 것이다. 그동안 왜 지켜지지 않았는지 따지는 게 더 필요할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2002년 단체협약에는 ‘일직성 근무를 폐지하되 소규모 학교에 대해서는 교무회의를 통해 결정하라’로 돼 있다. 따라서 이번 단체협약 내용이 오히려 후퇴한 안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그 후 도교육청은 일선학교에 몇 차례 공문을 통해 내용을 알렸다. 그 후 잠잠했다가 방학이 가까워지자 충북교총은 9일 “일직근무와 관련해 충북 전교조에서 도교육청과의 단체협약을 내세워 학교현장의 혼란과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일직근무’ 논란을 제기했다.

이들은 또 “전교조에 대한 대법원의 법외노조 판결에 따라 교육부에서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등을 유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전교조와의 협약 이행 중단을 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이에 전교조 충북지부는 “이미 2012년에 이와 관련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에서 법외노조라 할지라도 체결된 단체협약은 효력을 유지하고, 단체교섭권도 가지고 있다는 판결이 났다. 굳이 법을 따진다면 단체협약의 법적인 의무도 지켜야 한다. 이는 왜 간과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전북교육청에서는 일선학교에 “방학 중 일직성 근무폐지안을 지키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공문까지 보낸 상황이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지난 10일 방학중 교사들의 ‘일직근무’와 관련해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조율해 달라”고 처리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부의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유보 지시’에 대해 “법적단체든, 임의단체든, 개인이든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며 단체협약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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