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미술로 사회 읽기/ Artist 2창수

▲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15C 중엽, 23.4 x 15.7cm, 국립중앙박물관

강희안은 조선 세종 때의 사대부 선비이다. 집현전 직제학으로 근무하며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를 제작하는데 참여 하였다. 그는 당시 천대받던 그림에 선비의 이름을 쓸 수 없다하여 이름을 잘 쓰지 않았다 한다. 그럼에도 그의 실력은 뛰어나 남긴 작품은 많지 않아도 수준은 모두 뛰어났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뜻과 무관하게 조선 초 화가로 더 유명하다.

이 그림은 사람이 중심인 산수화이다. 작은 그림이지만 기암괴석과 현란한 붓의 힘으로 연약한 식물과 뻣뻣하게 엉키어있는 수풀을 대비적으로 그렸다. 이 그림을 조선 최고의 작품이라 칭하는 미술 비평가도 보았다. 동양화(한국화)는 정신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유독 강조한다. 이것으로 인해 사물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대상이 품은 정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가 그림의 핵심이 된다. 사물 외형을 닮게 그리는 서양적 표현에 비해 놀라움이 덜한 동양화(한국화)의 태생적 한계는 그림을 대하는 사고에서 부터 비롯된다.

강희안의 그림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는 말대로 학식 높은 선비가 물을 바라보는 그림이다. 선비는 중국의 옷을 입었다. 머리매듭이 중국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절파(浙派)라는 남송 화풍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등장인물 역시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인가? 1445년 북경을 방문한 강희안과 일행은 절파 그림(자유분방한 화면 구도, 농담의 대비 극대화)을 조선에 전파했다. 당시 세상의 중심이 중국이니 그 곳의 유행을 본받는 것은 당연하나 선비의 모습까지 중국 복식을 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 그림이 조선 초기 명화라 지칭한 후 오늘날 동양화(한국화)가 사회적 멸시 속에서도 제 주장을 못하는 근본이유는 고사관수도의 중국 선비가 잘 대답해 줄 것이다.

국정원은 소리 소문 없이 국가위기를 대응하고 다른 나라와 첩보를 벌이는 영화007과 같은 스파이 부대이다. 국정원은 비밀업무로 국가안보를 담당했겠지만 선거개입과 인터넷 댓글 알바 등 이해 할 수 없는 국내 비밀업무로 의심을 만들고 있다. ‘무조건 덮고 모른척 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과 ‘다 까고 알려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적절한 대응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부대를 보면서 고사관수도와 같은 표현한계와 정신부재를 서로 공감했으면 한다. 어딘가에 기대어 정의를 외치면 조선시대 명화에 중국선비처럼 해괴한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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