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장업주 말 바꿔 “월급 다줬다” 발뺌…받을 길 ‘막막’
검사결과 중증도 장애 …생계비 없어 12시간 장시간노동

▲ 10여년간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세차장 세차일을 한 것으로 전해진 이 모씨의 상태가 중증도의 지적장애 상태로 전해졌다. 타인의 보호가 있어야 할 상황이지만 생계문제로 인해 이 씨는 하루 12시간 넘는 노동을 하는 곳에 취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육성준 기자

지인들로부터 임금과 재산을 갈취당하고 명의까지 도용돼 신용불량자로 내몰렸던 율량동 세차맨 이 모씨가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6월 당시만 해도 임금 체불 사실을 인정했던 세차장 업주는 입장을 바꿔 체불임금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씨의 지적능력은 혼자서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단계인 3세에서 7세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이 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새벽 5시 30분에 진천 모 업체로 출근해 저녁 9시가 되어서야 귀가하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를 지원하고 있는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국장에 따르면 지난 20일 청주노동인권센터 주영민 노무사와 세차장 대표가 만나 이 씨의 체불임금 문제를 논의했다. 오 국장은 이 자리에서 세차장 대표 A씨가 “약정한 임금을 다 지급했고 체불임금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밀린 월급이 없다는 세차장 대표 A씨의 주장은 지난 달 22일 자신의 주장과도 정면 배치된다. 당시 세차장을 방문한 취재진에게 A씨는 “(이 씨 임금 중) 일부를 주지 못한 것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자리에 함께 있던 부인에게 “왜 다주지 않았냐”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자리에서 세차장 대표 A씨의 부인은 “월급을 안준 것이 아니다. 밀린 게 있을 뿐이다. 돈을 쌓아놓고 안 준 것도 아닌데”라며 “돈이 부족해 다 못줄 때고 있었고 다 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A씨의 부인은 “지금 우리를 배신하는 것이냐.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이 씨에게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의 정신연령은 3~7세

세차장 대표 A씨의 자녀는 “우리는 월급을 다 주었다. 월급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 씨가 세차비를 몰래 가져간 것도 다 그냥 덮어주었다”고 말했다.

이 씨에 대한 임금 지급여부를 둘러싸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그의 상태가 지적장애 2급 정도의 중증장애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를 잘 아는 주변인에 따르면 그는 최근에 율량사천동 주민센터와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등의 도움으로 장애진단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타인의 도움과 관찰 없이는 자립생활이 어려운 지적장애2급 정도로 였다.

지적 장애 2급은 지능지수가 35 이상 50 미만인 사람으로 일상 생활의 단순한 행동을 훈련시키수 있고 어느 정도의 감독과 도움을 받으면 복잡하지 않고 특수한 기술을 요하지 아니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상태다.

현재 이 씨는 세차장일을 그만두면서 모아놓은 돈이 한푼도 없는 상태다. 세차장은 이 씨에게 퇴직금 조차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이 씨는 세차장에서 십 여 년간 일하는 동안 20만원에서 60만원 사이의 임금밖에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때 모아놓은 2000여만원 조차도 주변 지인이 몰래 가지고 잠적했다.

이달 초 율량사천동주민센터가 2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긴급생계자금 130만원이 이 씨가 가지고 있는 돈의 전부다.

 

새벽 5시30분 출근, 저녁 9시 퇴근

이 씨는 글을 읽을 줄도 모르고 쓰지도 못한다. 시내버스를 혼자 타고 이동할 능력도 없다. 연산능력도 낮다. 이 씨는 세차장에서 반복을 통해 5만원 이내에서 만원 단위의 거스름 돈을 계산하는 정도다. 전화번호 구분도 끝자리 2자리를 통해 식별한다.

지적 장애 2급 정도의 수행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이 씨는 요즘 새로운 직장을 얻었다. 그는 현재 같이 동거하고 있는 친구 C씨의 배려로 진천에 있는 모 업체에 취업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이 씨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 그의 특성을 고려해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 씨는 현재 출근을 위해 아침 5시 정도면 집을 나선다. 집 근처에서 5시 40분 정도에 출근버스를 타고 나가 저녁 9시가 넘어서 집에 온다. 물론 토요일에도 일을 한다.

문제는 비장애인 에게도 힘겨워 보이는 장시간 노동을 과연 이 씨가 수행하기에 적절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친구 C씨는 “이 씨가 나이도 있는데 노후를 누가 책임질거냐. 조금이라도 일 할수 있을 때 벌어놓아야 그에게 도움이 된다”며 “출퇴근 하는 것이 힘든 만큼 조만간 진천에 방을 얻어 이 씨가 거기서 혼자 생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 C씨의 판단과 다른 목소리도 있다. 이 씨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공적인 보호시스템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락 청주시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사회성숙도 지능검사에서 55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면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못된다”며 “이 씨는 이미 여러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의 상태를 보면 피해를 봐도 가해자의 명령에 충실하게 따르는 지적장애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일자리가 먼저가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서 보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철규 충북지방경찰청장도 이 씨 문제에 대해서 별도의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윤 청장은 지난 9일 지방청 인권·피해자보호위원회의 자리에서 이 씨의 소식을 전해 듣고 사태 파악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윤 청장의 지시가 있은 뒤 관련 당사자를 만나 기본적인 조사를 했다”며 “이 씨에게 제 2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차맨 이 씨, 무슨 일 있었나?

사회물정 어둡고 글 모르는 이 씨…10년 넘게 세차장 저임금 노동
친구 빙자 명의 도용해 세금 떠넘기고 ‘돈 관리’ 빙자해 금품갈취도

충북 음성이 고향인 이 모(55세)씨는 10여이 넘게 율량동 소재 모 세차장에서 20~50만원을 월급을 받으며 하루 12시간 씩 주6일을 일했다. 이 씨에 주장에 따르면 친구인 세차장 사장은 100만원의 월급을 주기로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의 친구를 자처한 또 다른 지인은 이 씨의 명의를 빌리고 사업체를 운영하며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그를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 또 다른 지인은 돈을 관리해준다며 2000여만원을 들고 잠적했다.

이 씨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세차장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그는 “겨울에는 난로를 켜고 지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세차 일을 한 것 때문인지 이 씨의 손은 곰팡이에 감염 된 것처럼 누렇게 변해 있었다.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지만 이 씨는 올해 들어 세차장 주인으로부터 돈을 받을때마다 기록으로 남겼다. 그의 달력에는 유치원생이 쓴 것처럼 보이는 필체로 아라비아 숫자가 적혀 있었다. 모 달에는 ‘20000’, ‘30000’, ‘270000’, ‘30000’이라고 4번에 걸쳐 표기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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