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사람들/ 김동진 청주삼겹살 ‘함지락’ 대표

대한민국의 생업현장을 강타한 메르스 쇼크가 서서히 잦아들면서 시장 사람들이 다시 몸을 추스리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영업 시작 시간을 더욱 앞당기는가 하면 새로이 밤샘 영업을 시작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무더운 여름 한낮 동안 달궈진 대지가 차츰 시원해지는 저녁 시간을 이용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삼겹살 거리에도 밤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최근 들어 삼겹살거리에는 밤 시간 영업을 하는 업소가 부쩍 늘어났다. 밤 10시쯤이면 문을 닫던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자정이 되도록 영업을 하거나 새벽까지도 문을 여는 곳이 늘어난 것이다. 메르스 여파로 줄어든 매출을 올려보자는 업소 나름대로의 계획도 있지만 청주의 대표적인 먹자골목을 지향하는 곳이니만큼 야간 영업을 하는 것이 맞다는 공감대도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밤 10시 이후 삼겹살거리 북쪽 입구인 홈플러스 성안점에서 삼겹살거리 안을 들여다 보면 제법 휘황찬란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비가림 시설 입구에서부터 끝나는 곳까지 양쪽으로 10여 곳의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삼겹살 식당이 대부분이지만 일식집과 한식집도 눈에 띈다. 삼겹살 식당에서는 업소 밖에 식탁을 마련해 고객들의 흡연욕구를 풀어주고 있다. 삼겹살 익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손님들의 두런거리는 소리들로 삼겹살거리는 공감각적인 공간으로 변모한다.

삼겹살 거리 동쪽 입구인 서문 오거리 쪽으로는 새벽 3시까지 영업을 하는 횟집과 칼국수집, 그리고 노래방이 눈에 들어온다. 서문 오거리 초입에 있는 칼국수집은 그전부터 야간영업을 해온 집이라 나름 탄탄히 자리 잡힌 곳이었다. 1차 식사와 2차 술자리를 거친 사람들이 집에 들어가기 전 뜨끈한 칼국수로 서운함을 달래기 위해 들르던 식당으로 유명하다.

맞은 편에 있는 횟집은 2년 전 개업한 곳인데 개업 초기부터 새벽까지 영업을 해오며 야간 고객들을 두텁게 확보하고 있는 곳이다. 메르스 영향을 심하게 받은 데다 횟집 속성 상 비수기인 여름이 오기 전에 최대한 매출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겹살 거리 서쪽 입구 쪽으로는 횟집과 꼼장어 집들이 있는데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꽤나 실속 있게 영업을 하는 베테랑들이다. 거리에 조명시설이 돼 있지 않아 조금 어두운 편인데다 상대적으로 침체돼 있어 어느 곳보다 관심이 필요한 골목이다. 적어도 자정까지는 영업을 하는데 들어가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데 항상 손님들로 가득한 곳들이다.

최근에는 호프집이 인테리어를 마치고 개업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삼겹살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대개 시원하게 한 잔 더 할 수 있는 맥주집을 찾곤 하는데 이런 수요에 맞춰 호프집이 들어서는 것이다. 1차로 식사를 마친 다음 2차로 노래방이나 맥주집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니 이젠 삼겹살 거리도 먹자골목으로서의 틀을 갖추어가는 모습이다.

당초 지난해 시작된 서문시장 도심재생 사업 내용에는 삼겹살 거리 안에 야시장을 개설하는 계획이 있었다. 삼겹살 거리 안에 이주민과 새터민 또는 한부모 세대 등의 자립을 도와주기 위한 야시장을 만들어 삼겹살 거리에 사람들을 대규모로 유입시키자는 일석이조의 의도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었다. 부산 부평깡통시장을 모방해 청주 삼겹살 거리에도 밤문화를 활성화해 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야시장이 성공적으로 개설되면 청주에도 명소가 하나 더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던 사업이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운영할 방법을 찾지 못한 데다 판매대를 보관할 장소를 확보하지 못해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제작한 판매대는 지금도 그늘진 구석에서 방치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관공서와 상인회가 확신을 가지고 야시장을 조성한다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영업자들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요즘, 삼겹살 거리를 비롯해 청주의 여러 골목에는 밤 늦게까지라도 영업을 해 매출을 유지해 보려는 상인들의 안쓰럽고 바지런한 손놀림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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