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편의적 결정은 선거에 임박해야 드러나

 원흥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이지사가 본인의 당적 때문에 또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한나라당충북도당 운영위원회엔 휴가를 이유로 불참하면서 같은날 민생투어차 청주를 방문한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을 동행한 것이 결정적 빌미가 됐다. 한나라당 당적인 한대수 청주시장과 엄태영 제천시장이 참석한 이날 운영위원회에선 급기야 이지사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왔다. 특히 한대수시장은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의 위계(?)를 범하면서까지 “당인으로서 확실히 처신하라”며 이지사에게 직격탄을 날려 그 배경을 놓고 아직도 말들이 많다.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도 이지사의 ‘일탈’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사실 이지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서운함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한 때 자민련 후계자로 지목된 인근의 심대평충남지사와 비교돼 이지사는 당의 구심점이 되지 못하는 것에 당내 비판을 받아 온 것이다. 때문에 섣부른 인사들은 이지사가 조만간 탈당할 것이라고 전망하기까지 한다. 이지사의 탈당설은 지난 4·15 총선 때도 일부 제기됐으나 당시 여당의 핵심 인사와 접촉했다는 소문만 양산한채 별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지사의 당적 논란은 정치적으로 무의미하다. 지금까지의 처신을 보면 이지사에게 있어 당적은 선거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9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에 들어가 이회창후보의 당선을 돕다가 떨어진 후 당시 잘 나가는 자민련으로 옮겨 98년 지방선거에 당선된 것이나, 한나라당 대세론이 판치던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선 다시 한나라당으로 넘어가 2선에 성공한 것 등이 이지사의 정당관을 잘 대변한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이지사를 감싸는 당적 논란은 큰 의미가 없다. 본인도 이를 잘 알 것이다. 어차피 이지사의 궁극적 당적은 2006년 지방선거에 임박해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지금 한나라당쪽의 어깃장은 되레 이지사에게 더 이로울 수도 있다. 2년 후 여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같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일종의 등거리 처신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선택의 폭을 넓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선 한나라당에 남을 수도 있고, 열린우리당으로 갈수도 있다. 3선 도전이 확실시되는 만큼 선거에 유리한 정당을 택할 것이라는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자신의 후보경쟁력이다. 이것만 보장된다면 이지사에게 당적은 선택문제에 불과하다.

 “큰 기대감은 없지만 당에 남아 있는 그 자체로써 만족스럽고, 이지사가 당에 남아 있는 한 어차피 2년 후 도지사 후보는 그에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는 한나라당 관계자의 말처럼 이지사는 한나라당에 미운오리새끼이면서도 여전히 심리적 ‘구세주’가 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최근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이지사의 정체성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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