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문설희 전국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본부 조직국장

▲ 문설희 전국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본부 조직국장

주사바늘에 찔리고 메르스와 같은 감염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은 노동환경, 그러면서도 월급은 딱 최저임금이고 명절에도 빈손, 인원 충원을 차마 요구하지 못해서 아파도 쉴 수 없었던 청주의료원 청소노동자들이 올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어느 날 집회 장소를 지나던 환자 한 분이 물어본다. “병원에서 일하는데 왜 병원 직원이 아니냐”고. “그러게요, 병원에서 십년을 일했는데도 우리는 병원 직원이 아니라네요. 용역업체 직원이라고, 하청 비정규노동자라고 나 몰라라 하네요. 용역업체 사장님은 해마다 바뀌는데 말이죠.”

청주의료원 뿐만이 아니다. 청주시의 9만개 수도계량기를 검침하는 수도검침원들은 놀랍게도 청주시의 유령직원이었다. 청주시는 기존 공무원들이 하던 일을 수도검침원들에게 고스란히 넘기면서 ‘개인위탁계약서’라는 꼼수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하루아침에 청주시수도검침 노동자들은 4대 보험도, 퇴직금도, 근속수당도, 교통비도, 연차와 병가도, 아무것도 없는 유령직원이 되었다. 그래도 묵묵히 일했다. 설마 청주시가 불법을 저질렀겠냐며, 청주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쉬지 않고 일해 왔다. 그러다가 찾아간 민주노총에서 그동안 빼앗겼던 권리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서 청주시의 불법행정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고 삶의 변화가 가능해진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비정규직노동자라는 처지로 인해 하루아침에 계약 해지되었던 체리부로 화물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투쟁 끝에 빼앗긴 자리를 되찾고 법으로 보장받지 못하던 권리도 쟁취했다. 안전화 착용이 규칙이라며 남들이 신다 버린 신발을 던져주었다는 풀무원 화물노동자들의 사연은 또 어떠한가. 화물연대라는 노동조합으로 뭉치지 않았다면, 그래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농락당한 것에 사과를 요구할 수 없었다면, 비인간적인 노동 현장에 변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시급한 것이 ‘노조’할 권리이다. 청주의료원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당당한 목소리를 낸 끝에 수년 간 꿈쩍도 하지 않던 최저임금의 경계를 허물고 시급 6100원이라는 ‘소박한’ 승리를 쟁취했다. 청주대학교, 서원대학교, 충북대병원의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시가행진도 했다. 회갑 넘고 진갑도 넘은 나이에 이렇게 재미난 날도 온다며, 남들 눈치 보지 않고 크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청주시수도검침원 노동자들도 노조결성 이후 전과는 달라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적어도 이제는 유령직원이 아닌 당당한 청주시 노동자로 목소리를 내면서 더 이상 외롭지 않게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충북의 노동자들은 오늘도 투쟁한다. ‘노조’할 권리를 위해. 비정규직 없는 충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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