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라 민간단체나 법인 등록해야 예산 지원”
6월 임시총회서 민간여성단체 등록과 명칭 변경 결정···반대여론 시끌

▲ 충북여성포럼은 4개분과가 연 4회 토론회를 열고 충북도에 정책제언을 해왔다. 민간여성단체로 바꾸게 되면 정책제언기구로서의 성격을 잃어버릴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사진은 6월 29일 토론회.

지난 1999년 창립된 충북여성포럼(이하 여성포럼)이 비영리 민간여성단체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뒷말들이 무성하다. 여성포럼은 지난 6월 29일 임시총회를 열고 민간여성단체 등록과 함께 명칭을 ‘충북여성정책포럼’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지방재정법 17조 ‘기부 또는 보조의 제한’ 개정에 따른 것이다. 충북도는 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라 여성포럼이 사업비를 받으려면 법적 근거가 있는 민간단체나 법인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포럼은 그동안 도에서 연 3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여성포럼은 법적 근거가 있는 조직이 아니었다. 역사성만 있었다. 그런데 행자부가 내년 1월부터 단체나 법인이 아닌 경우 예산지원을 할 수 없도록 지방재정법을 개정했다. 이렇게 되면 도에서 여성포럼에 도비를 지원할 수 없다”며 “여성포럼이 단체로 바뀌는 게 위상에 맞지 않는다면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형태로 가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포럼은 지난해 충북도로부터 설명을 듣고 10월 3~4일 강원도 곰배령에서 운영위원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여성포럼은 민간여성단체보다는 정책제안기구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 민간여성단체와 경쟁하며 도비 지원받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 도의 제안을 거절했다. 여성포럼 한 관계자는 “이 날 대부분의 위원들이 정책제안기구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방법을 더 찾아보는 것으로 충북도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도는 올 6월 이 얘기를 다시 꺼냈고, 여성포럼은 임시총회를 열고 이를 결정했다. 따로 표결은 하지 않고 거수로 결정됐다. 총 회원 150명 중 찬·반 거수에 참여한 회원은 26명이고, 위임한 사람은 70명이었다고 한다.

여성포럼은 이원종 지사 때 창립된 것으로 충북 여성의 진보·보수 인사들이 함께 하는 유일한 네트워크이다. 양쪽을 아우르면서 도정에 대한 자문과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여성포럼은 타 지역에 없는 사례로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진보·보수가 함께 하는 거대 기구이다보니 선명성을 내세우며 일을 추진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 역할을 했다는 게 회원들 얘기다. 정관에는 ‘여성리더들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여성정책 수립과 여성복지증진 시책에 대한 의견제시 및 제안 등 여성발전과 권익신장 도모를 목적으로 한다’고 돼있다.

“여성포럼 정체성 그대로 살려야”

하지만 민간여성단체 등록으로 결정되자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모 회원은 “지향점이 달라 서로 만나기 어려운 진보와 보수 여성단체가 얼굴을 볼 수 있는 곳이 여성포럼이었다. 조금이나마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었고 충북 여성들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예산을 받기 위해 민간단체로 바꾼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포럼은 사업을 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 아니다. 운영은 회비로 하고, 정 필요하면 특별회비를 받으면 되지 않겠는가. 단체로 전환한다고 해도 회원간 성향이 달라 정체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며 “단체 성격을 결정하는데 회원들에게 문자 메시지 하나 보내고 급하게 총회를 소집하는 것도 불만이다. 좀 더 시간을 가진 뒤 총회를 열었으면 더 많은 회원들이 참석했을 것 아닌가. 결국 이 날 모인 20여명이 단체의 운명을 결정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문제에 대해 회원뿐 아니라 도내 여성계 인사들도 항의하고 있다. 모 여성단체 대표는 “이것은 여성포럼 회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계 전체의 문제이다. 범여성계가 모여 목소리를 내는 유일한 기구인데 이 성격을 바꾼다니 말이 안된다. 비영리민간단체로 바꿀 것 같으면 민간단체를 별도로 만드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포럼 회원 중에는 여성단체 임원들이 많은 편이다. 이들은 각자 여성단체를 이끌어 가거나 관여하면서 여성포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만일 여성포럼이 민간여성단체로 바뀐다면 회원들의 이탈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의견들도 있다. 여성포럼 측은 TF팀을 구성해 향후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여성포럼 회원들은 1인당 연 회비 5만원, 운영위원과 임원은 연 회비 12만원을 내고 있다. 임원으로는 대표·부대표·직전대표·사무처장·감사가 있고, 당연직으로 충북도 여성정책관이 참여하고 있다. 여성포럼이 앞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회비로 운영 어려워···차선책으로 민간단체 등록 결정”
권수애 충북여성포럼 대표

충북여성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권수애 충북대 패션디자인정보학과 교수는 최근의 문제와 관련 “여성포럼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대로 가면 도비를 받을 수 없다 하니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법인단체는 회원이 500명 이상 돼야 한다. 그래서 민간단체 등록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성포럼이 그동안 해 온 사업은 정책을 제언하기 위한 분과별 토론회와 해외교류 라는 것. 분과는 교육문화·인권복지·정치·환경경제 등 4개로 구성돼 있고, 1년에 4번 토론회를 한다. 도에서 받은 예산은 주제와 관련된 강사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한 뒤 들어가는 회의수당과 운영위원회 워크숍, 분과별 모임, 토론회 준비 등에 따른 경비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민관거버넌스 기구 역할을 다하기 위해 금년부터 사업을 하지 않기로 지난해 결의했다. 우리가 하는 사업으로는 분과별 토론회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일부 회원들은 여성포럼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되 도비를 받지 않고 회비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권 대표는 “회비로는 할 수 없다. 돈을 얼마나 모을 수 있겠는가. 아마 단체가 와해될 것이다. 도비를 받지 않고 거버넌스 역할을 할 때 얼마나 힘이 생기겠느냐”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는 여성정책기본조례에 지원 근거를 만드는 방안을 충북도에 제안하고 어떻게든 버텨볼 생각이었으나 최근 도에서 ‘안된다’고 답변해 민간단체 등록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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