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속 세상사람/ 신중호 우진교통 운전기사

시내 중심가 쪽은 승강장과 횡단보도 신호등이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애매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오늘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다.

버스가 승강장에 도착 후 승객의 승·하차를 마치고 출발을 했는데 횡단보도 신호등이 적색으로 변했다. 천천히 정지를 하고 있는데 앞에서 4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여자분이 양손에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다급히 뛰어온다. 이런 경우 99% 문을 두드린다. 아니나 다를까 차가 서자마자 문을 두드린다. 얼굴을 보니 많이 급해 보이고 짐도 있고 신호등에 걸려있었기에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환한 얼굴빛으로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며 계단을 올라선다.

“많이 바쁘신 가 봐요?” 웃으며 인사를 했다. “네. 못타는 줄 알았어요!” 웃으며 카드를 찍고 뒤로 들어가 자리 잡기에 시간도 충분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바쁜 아주머니를 승차시켜준 인정이 있는 기사가 된 것이다. 오히려 태워주지 않았으면 인정머리 없는 기사로 나뿐 놈이 됐을 것이다. 이렇게 흐ANT한 마음이 자리를 잡고 있을 때 찬물을 확 끼얹는 소리가 들렸다. 앞문 옆 첫 자리에 앉아있던 30대 중반 가량의 남성승객이 “아저씨! 여기서 사람을 태우면 불법 아닌가요?”했다. 아니 이건 뭔가? 등에 식은땀이 나면서 “이거 민원 올라오는 것 아니야?” 하는 생각이 머리를 싹 승치고 지나간다.

“예? 불법이기는 하지만 차도 신호등에 서있고 아주머니가 많이 바쁘신 것 같은데 태워주면 안되나요?” 뒷거울로 손님을 보며 말을 건넸다. “그럼 먼저 와서 기다리다 타는 사람은 뭔가요? 나도 바쁜 사람인데...” 더 이상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럴 땐 얼른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우선임을 그간 경험으로 터득한 터이라서 “예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안태우겠습니다.” 이렇게 마무리는 되었는데 묘한 감정이 맘속에서 부딪히고 있었다.

종점지에 도착해서도 기분이 나아지질 않아 커피자판기 앞에 모여 있는 다른 기사들에게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손님 태우고 나서 신호등에 서있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문을 두드리더라구. 짐도 있고 바빠 보이기에 태워줬더니, 왜 태 우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더라구...” 그러자 누구누구 할 것 없이 돌아오는 답이 그런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게 아예 태우지를 말아. 괜히 인정상 태워주다가 민원 들어오면 나만 손해라니까!” 돌아오는 답이 이러했다.

법적으로는 어떨까? 의문이 들어 회사 민원담당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 법적으로는 승강장 기둥부터 10m는 보호를 받는단다. 10m 안에서는 태워도 상관이 없는데 10m를 넘으면 불법이란다. 또 10m밖에서 차량을 정차해서 손님을 승·하차 시킨 후 10m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지나치면 이것 또한 무정차로 민원대상 이란다. CCTV가 있긴 하지만 거리 측정이 되지 않아 민원이 발생하면 면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인 것이다.

“보통 승객들이 그러지는 않을 텐데 그 승객이 뭔가 기분이 안 좋았던 모양이네요. 잊어버리시고 안전운행 하세요!” 언짢은 마음을 풀어주려 나를 달랜다. 모든 사람이 법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꼭 법대로 팍팍하게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일까? 아니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잘사는 것일까?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시골에 아직 노모가 계셔서인지 인정이 있어서 인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도 똑같은 상황이 된다면 아마도 문을 열 것이다. 불법이라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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