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 강일구 미디어 블로그 ‘고함20’ 기자

▲ 6월 28일 퀴어문화 축제. 축제를 즐기러 온 한 사람이 동성애를 상징하는 색깔의 연을 날리고 있다.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레볼루션’이다.

오전 11시 48분. 퀴어문화페스티벌의 입구를 들어서기 전부터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북소리 그리고 찬송가 소리. 차림새만 봐서는 우리나라 토속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종교행사를 벌이는 것 같았다. 물론 이들은 토속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그들만의 종교행사 때문에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었다.

퀴어문화페스티벌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개신교인들의 방해 행위였다. 그들이 퀴어문화페스티벌 방해 공작 행위는 올해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니고, 이번 페스티벌 기간 중에서도 계속 있어왔던 일들이다. 그들이 춤추며 북을 치고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서울시청광장 앞 보도 한 구석에서 요란하게 그들만의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는 광장과 개신교 시위대 사이에는 경찰 방어벽이 있어 다행히 이들이 직접적으로 페스티벌을 방해 할 수는 없었다.

페스티벌장 안에는 LGBT(L : 레즈비언(여자를 사랑하는 여자), G : 게이(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B : 바이섹슈얼(이성애자), T : 트렌스젠더(몸은 남자이지만 마음은 여자, 혹은 그 반대) 외에도 수많은 외국인들과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에게 기독교인들의 시위는 재미있는 볼거리이기도 했다. 다행히 싸움으로 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간혹 벽 사이를 두고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과 개신교인 사이에 언쟁이나, 쓰레기 투석전도 있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좋은 날씨였다. 구름은 도저히 해를 가릴 마음이 없었던 듯 했다. 오후 3시. 기자가 잠시 햇빛을 피해서 1시간 정도 카페에서 쉬다가 나왔을 때에도 서울광장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북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축제 방해 행위는 서울시청 바로 앞을 넘어 프라자호텔 앞(건물 위치는 서울광장 - 서울시청광장 - 도로 -서울 프라자 호텔 순이다)에 위치한 페스티벌 입구에서까지 집회를 하고 있었다.

페스티벌의 공연들이 정점을 이룬 16시.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외국인들 그리고 LGBT의 카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카 퍼레이드가 기자 또한 카 퍼레이드 기간 동안에는 개신교인들의 북소리와 설교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이들과의 행진을 즐길 수 있었다. 모두가 신나게 퍼레이드를 즐기고 서울광장으로 재 입성할 무렵 개신교인들의 설교소리가 그리고 반갑지 않은 플레카드들이 다시 눈에 보였다. 경찰들의 인간 벽에 가로막혀 페스티벌의 마무리 행사를 방해하지 못한 한 아주머니는 경찰들 앞에서 ‘항문’과 ‘남자 성기’를 마구 외쳐대며 저들을 막아 달라고 소리 쳤다.

페스티벌 중간에도 사회자 말했듯이 퀴어문화페스티벌을 방해하러 모인 개신교인들에게는 동성애라는 것에 대한 어떠한 상식보다 ‘항문 섹스’라는 행위가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을 수도 있는 오늘날, 한 교주의 말을 따라 마녀사냥을 하듯 동성애자들을 몰아붙이는 저들이 과연 21세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일까. 경찰벽 바깥쪽에는 겉모습만 바뀐 전근대인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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