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리뷰 페이스북 시민토론방 열어보니...

[논제] 청주시 서원구 청주 남중학교 별관 뒷산에 백로떼들이 날아왔습니다. 백로 1000여 마리가 서식하면서 남중학교 학생들은 소음과 악취로 인해 ‘학습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청주남중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는 죽은 소나무만이라도 베어달라고 청주시에 대책을 요구하고 서명운동도 시작했습니다.

청주시는 아직까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보도자료를 내고 “당사자인 남중학교와 청주교육대학교, 청주시청, 전문가, 환경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자”고 밝혔습니다. 교원단체인 충북교총도 관계 전문가들이 모인 TF팀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도심에 날아든 백로와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마다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전북 전주시 송천동 주민들도 인근 건지산에 둥지를 튼 백로떼 때문에 피해가 많지만, 인위적으로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고 보존하고 있습니다. 대전 서구 탄방동 주민들은 남선공원에 백로떼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대표인 통장들이 장대를 들고 지키고 있고, 지난해 10월 소나무 200여그루를 베어내기도 했습니다. 청주남중에 나타난 백로떼, 우리지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충청리뷰는 이번주 페이스북 토론회를 통해 ‘청주 남중 백로떼’에 대한 의견들을 모았습니다. 지면의 한계로 내용을 발췌해 정리합니다.
 

▲ 청주남중에 나타난 1000여 마리의 백로떼, 이로 인해 청주남중 학생들이 학습권 침해를 받고 있다. 지역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육성준 기자

김규원=1. 아이들에게 동물과 인간의 공생에 대한 교육을 몇 달쯤 진행한다. 이를 위해 아이들 스스로 커리큘럼을 만들도록 유도한다. 백로의 좋은 점, 해로운 점 등에 대한 토론회도 반별로 개최하고 학년단위로 콘테스트를 열어 진행하고 시상한다. 이 경우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모신다. 김백로 선생 등. 2. 학교 내에 백로보호단을 발족시키며 학생 및 일반인을 위한 현장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백로의 분비물 등의 오염, 위험성, 감염 등에 대한 예방학습을 하며 질병 예방 관련 장비를 구입하여 청소 등등을 실시한다. 메르스 관련 장비가 시중에 헐값으로 나올 경우 적극 구매를 고려한다. 4. 인간과 동물의 공존에 관한 국내의 보기 드문 성공적인 사례라고 바이럴마케팅을 한다. 5. EBS, NGC 등 촬영팀의 방문에 대비하여 은밀한 촬영 포인트를 구축한다. 온통 흰색으로 하며 떨어진 백로깃털로 만든 백로깃털모자도 수제품으로 만들어 비엔날레 등에 전시 준비한다. 6. 자연학습 등 현장순례코스를 백로의 서식처에 영향을 안주는 범위, 거리등을 고려해서 만들어서 입장료를 받는다. 이 수익금은 장학금으로 활용하며 사단법인 백로를 미워하는 사람들, 백미사에 기부하여 백로의 포용성을 대신 전해준다. 등등

권희돈=백로가 왜 도심을 서식지로 삼았는지를 밝히고 백로와 인간의 공존공영의 모범적 사례로 남겼으면 합니다.

신민섭=그러게 백로가 왜 도심까지 왔을까요? 요즘 오송, 오창 공단 등지에 고라니들이 자주 출몰하던데 집을 다 잃어버렸기 때문이겠죠.

이석호=청주에서 남자는 남중, 여자는 청여중이란 말이 우스개 소리로 회자했던 70년대 후반의 아련한 중학교 시절이 떠오릅니다. 모교에 백로가 날아들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기쁜 마음 측량할 길이 없네요. 그들이 정서가 메마를 대로 메마른 청주를 찾아와 주었다면 그건 행운이라 할겁니다. 도시 생태를 적절히 보전하고 가꿔내지도 못한 척박한 곳을 택해 둥지를 틀었다는 건 자연이 선사한 무한한 영광이라 해도 과한 말이 아니지요. 절박하고 위태로운 청주시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온 일단의 백로들, 온몸으로 환영해야 하지 않을까요. 시민의 삶에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택한 서식지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논리와 인간의 이기적인 편리만 추종할 게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자신감으로 '녹색 청주'를 넘어 <생태주의 청주>를 갈망한다면 백로와 청주 시민들이 공존할 지혜를 도출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민병동=백로 떼를 어찌할까요? 고민에 빠진 청주의 선택이 궁금합니다.

첫째 백로를 그대로 두는 방안입니다. 교육기관인 중학교의 시설을 보완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서 교육시설을 보완하고 운영비를 보조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한시적으로 운영 할 수 있으면 백로 스스로 서식처를 옮길 때까지 말입니다. 백로는 서식환경의 변화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게 돼있습니다. 학생들과 생태환경의 접근방식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현장학습도 열려야겠죠.

둘째는 사람 위주의 아주 저렴한 방식입니다. 백로 서식지를 없애는 방법입니다. 일단은 반교육적인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 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효율성은 최고이겠지요!

셋째는 잠시 참으면서 최소한의 교육환경을 보완하는 방식입니다. 일단은 소음 보다는 냄새가 문제입니다. 따라서 학교 난방을 대폭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소음 문제는 하루 종일 소리를 내지는 않습니다. 일정시간의 주기가 있습니다. 이를 현황조사해서 학습시간표 조정을 최대한 하는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방과 이후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답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최대한 현명함을 찾는 선택이 필요할 때입니다. 참고로 다른 지역사례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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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백로 산란기 지나면 그 때 감벌 논의해보겠다”

청주남중 “지역사회 대책 기다리겠다”…서식지 땅 주인 청주교대는 침묵

 

청주남중과 청주교대로 이어지는 경계에 백로가 처음 찾아온 건 2012년이다. 이후 개체수가 증식해 올해는 청주남중 쪽으로 서식지가 확대됐다. 청주남중 급식소는 안타깝게도 백로 서식지 쪽에 붙어있다. 이러다보니 청주남중 측에서는 “백로로 인해 소음과 냄새가 심각하고 아침에 가보면 자기 새끼를 밀어뜨려 죽은 사체들이 쌓여있기도 하다. 깃털이 난리니까 급식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피해를 소호했다.

백로서식지는 잠두봉으로 청주교대 땅이다. 청주교대 측은 백로 피해에 대해 특별히 언급한 적이 없다. 청주 남중 관계자는 “상황이 그러니까 우리 입장에선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건 누구에게 물어봐도 똑같다. 학생도, 교직원도 같은 답을 할 것이다. 우리 땅도 아닌데다가 피해자 입장에서 대책을 내놓을 수도 없지 않는가. 지역사회가 움직이고 있고,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청주시는 지난주부터 일주일에 3번씩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6월 30일에는 오전 8시에 100여명이 모여 잠두봉 주변 자연정화활동을 벌였다. 이날 청주시장도 참석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일단 산란기가 지나야 감벌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조류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아보니 일부 감벌을 한 후 다른 수종으로 식재하는 것이 가장 낫다는 답변을 받았다. 엄밀히 말해 청주시는 땅 주인도 아니지만 산란기가 지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체계를 가동하겠다”라고 밝혔다.

백로들의 산란기인 오는 8~9월까지는 백로와 학생들의 ‘불편한 동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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