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퇴임공무원에 순금메달…연간 4억여원 소요
서울시는 표창장, 천안시는 공적패만 지급해 ‘대조’

▲ 29일 청주시는 상반기 공무원 퇴임식을 열고 퇴직공무원에게 그간의 노고에 대한 감사 의미로 순금 5돈으로 제닥된 기념 금메달을 수여했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 입술 모양의 새 CI가 새겨진 청주시 퇴임공무원 기념 금메달. 금메달을 만드는데 순근 5돈이 소요됏다.

충북도내 11개 시‧군 가운데 제천시와 충주시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서 퇴임 공무원에게 10돈 혹은 5돈 분량 순금으로 제작한 ‘금메달’ 또는 ‘행운의 열쇠’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메달 포상은 공적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뤄졌지만 퇴직공무원 전원이 선정돼 사실상 관행으로 굳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가 지난 한 해 동안 금메달 포상을 하는데 1억6000만원을 지출하는 등 도내 지자체는 약 4억여원을 소비했다. 하지만 이러한 금메달 포상 관행은 충북지역 등 일부에서만 국한된 것으로 알려져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5일 보은군은 군청 소회의실에서 상반기 정년‧명예퇴임식을 갖고 공직자 6명의 공직생활 마무리를 축하했다. 퇴임식에서 정상혁 군수는 공로패와 기념메달을 수여하면서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했다.

다음날인 26일에는 괴산군과 음성군이 퇴임식을 열고 정년을 마친 공무원들의 공직생활을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괴산군은 감사패와 기념메달, 전별금을 음성군은 기념메달을 퇴직공무원에게 지급하며 떠나는 자리를 위로했다.

청주시도 29일 상반기 퇴임식을 진행하고 퇴직공무원들을 격려했다. 청주시는 올해 상반기에만 총 58명의 공무원이 정년 혹은 명예퇴직으로 자리를 떠난다. 퇴임하는 공무원 중에는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충근 실장도 포함돼 있다.

청주시도 이날 퇴임식에서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기념메달을 전달했다. 청주시는 이날 행사를 위해 순금 5돈(18.75g. 24k)으로 새 CI 문양이 새겨진 기념메달을 제작했다.

관행? 타지자체는 시행 안해

이처럼 충북도내 지자체는 그동안 퇴임 공무원에게 금메달이나 행운의 열쇠 등 순금으로 제작한 기념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주시는 지난해 12월 26일 명예퇴직 및 공로연수 등 공직자들의 퇴임행사를 진행하고 공로패 및 기념메달을 수여했다. 차이점은 충주시 메달은 예산이 아니라 2007년 이후에 상조회에서기념메달 제작한다는 것이다.

금메달 관행은 올해도 계속돼 각 지자체는 2015년 예산에 기념메달이나 기념 열쇠 제작비용을 배정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총무과나 행정과 ‘303 포상’ 예산 항목에 해당 예산을 배정했다.

1인당 배정액수로는 옥천군이 270만원으로 가장 높고 보은군과 음성군, 괴산군이 250만원으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이어 진천군이 220만원, 증평군과 단양군이 200만원을 배정했다. 상대적으로 예산 자립도가 높은 청주시는 1인당 기념메달 제작비용을 130만원을 배정했다. 영동군이 110만원으로 가장 낮은 금액을 배정했다.

본보가 2015년 배정 예산을 확인한 8개 시‧군이 순금으로 된 퇴직 기념품을 만드는데 배정한 예산 총액은 모두 3억8410만원이 된다.

그렇다면 2014년 퇴직공무원 기념 메달을 만드는데 소요된 비용을 어느 정도 일까. 옛 청원군 포함 청주시가 1억656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진천군 4499만원, 옥천군 3380만원, 음성군 3240만원, 보은군 1796만원 등 5개 시‧군에서만 2억9376만원이 지출됐다. 이는 각 시군 계약정보 현황에 공개된 자료여서 실제로 지출된 액수는 이 이상일수 있다. 이를 토대로 충북도와 나머지 6개 시‧군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한해에만 5억여원 정도가 지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도내 시‧군은 이와 관련해 수십 년간 공직사회에서 헌신한 퇴직공무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진행되어온 것으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공적조사 심의위원회를 거쳐서 퇴임공무원에 대한 포상여부가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천군 관계자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충북도 관계자도 “포상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충북도가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받은 것은 절차를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이지 지급 자체가 잘못 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메달 지급이 관행이라는 말은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서울시, 전주시, 천안시, 성남시에 확인한 결과 기념품을 지급하는 곳은 성남시 한 곳에 불과했다. 전주시와 천안시는 감사패나 공적패 이외에 다른 부상품을 제공하지 않았다. 성남시는 ‘행운의 열쇠’를 지급했지만 소요비용이 작았다. 서울시는 오히려 공적패도 지급하지 않고 표창장으로 대신했다.

각종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 ‘공무원 메달’, ‘공무원 금메달’, ‘퇴임공무원 기념품’이란 단어를 넣고 검색해 본 결과 충북도와 11개 시‧군 이외에는 검색 결과가 거의 없었다. 금메달 지급이 관행이라는 일부 지자체의 설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대해 퇴직공무원에 대한 적절한 포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순금 열 돈 등 시민 눈높이에서 보았을 때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 측면이 있고 예산낭비 요소가 충분히 있다”며 “포상 내용과 선발기준에 대한 적절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먼저 매 맞은 충북도 ‘퇴임 공무원 금메달’

지난 2월 발표, 주의 조치… 파장 전국 확대 ‘공무원 금 잔치’ 비난 쇄도

2015년 2월 년 감사원은 “퇴직공무원에 대한 금메달 지급은 잘못됐다”는 충북도 행정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결과문에서 “포상은 지방행정 또는 사회에 공헌한 공적이 현저한 공무원등을 대상으로 공적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며 “따라서 지방행정 또는 사회에 공헌한 공적에 대한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률적으로 20년 이상 근무 후 퇴직하는 공무원 전원에게 퇴임기념 금메달을 지급할 목적으로 ‘포상금 (303-01목)’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를 토대로 “충북도가 20년 이상 근무 후 퇴직하는 공무원 전원에게 공로를 치하하고 격려한다는 명분으로 퇴임기념 금메달을 지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결과가 발표 되자 도내 신문을 포함한 전국의 주요 언론은 “돈 잔치, 혈세 낭비”란 표현을 써가며 충북도의 행태를 신랄히 비판했다.

이후 충북도는 순금 10돈으로 만든 금메달을 지급하는 관행을 중단했다. 충북도는 현재 40만원 상당의 반지를 기념품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천시, 선거법 위반 소지 있어 지급안해

도내에서 유일하게 금메달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제천시(시장 이근규)의 사유가 눈길을 끈다. 제천시 관계자는 지급하지 않는 이유로 선거법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과거 강원도 영월군에서 포상 금메달이 선거법에 저촉돼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우리 시에서는 이런 이유로 오래 전부터 지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월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공무원에게 예산으로 지급한 것은 없다. 다만 실과장들이 갹출해 메달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법 저촉에 대해서는 “과거 모범 군민상 표창패에 금 1돈으로 금박을 입혀 준 것이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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