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량사천 주민센터, 긴급 생계지원 등 후속 조치 시행
참여연대, 체불임금‧인권침해 등 밀착해 법률지원 활동

준 노예노동 율량동 세차장 이 씨
ⓛ 금품갈취·명의도용 비정한 이웃들
② 이 씨, 50년만에 진짜 친구 생긴다

▲ 오창근 참여연대 사회문화국장이 이 씨와 동행해 공공기관을 방문하고 관련자들을 만나고 있다. 오 국장은 세차맨 이 씨의 사례를 발견하고 주변 단체와 연계해 체불임금 문제부터 인권침해문제까지 밀착해 지원하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십여 년간 세차장에서 일하며 주변 지인들로부터 갈취를 당한 ‘세차맨’ 이 씨(55)가 긴급생계지원을 받는다. 율량사천동 주민센터와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 권리구제에 나섰고 민간단체인 충북참여연대는 체불임금 등 법률 지원활동을 펼치는 등 이 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활동에 나섰다.

‘율량사천 일주민일나눔위원회’(공동위원장 이상호‧인은기)가 세차맨 이 씨에 대한 긴급 생활비를 지원한다. 박은희 율량사천주민센터 사회복지사는 “지난 주 위원회를 개최하고 적립된 재원에서 이 씨에게 2달 동안 최저생계비 60여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원을 결정하기로 한 ‘율량사천 일주민 일나눔위원회’는 민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청주시 관내 기초 행정동에 구성된 기관이다.

이와는 별도로 청주시 율량사천동 주민센터와 내덕동 주민센터가 이 씨에게 필요한 행정 조치에 나섰다. 내덕동 주민센터는 이 씨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반 조치를 취한다. 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재원을 활용해 생활에 필요한 생계자금을 지급 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현재 이 씨는 십 수년 간 세차장에서 일했지만 월급을 30만원에서 60만원 밖에 받지 못했고 그나마 있는 돈도 지인들이 갈취해 수중에 돈이 전혀 없는 상태다.

이와는 별도 이 씨에 대한 ‘장애인등급’ 인정도 추진된다. 박은희 사회복지사는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도움으로 이 씨에 대한 장애인 등급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장애인 등급을 받으면 연금지원이나 생계비 지원등 여러 혜택이 있다”며 “이 씨는 현재 혼자 힘으로 병원 진료를 보거나 관계기관을 방문해 행정 절차를 처리할 능력이 없는 상태여서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주시장애인 종합복지관은 이 씨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고 장애등급을 받는 과정에 필요한 ‘동행서비스’등을 제공한다.

 

명의차용 인쇄업자, “밀린세금 내겠다”

이 씨에게 피해를 준 당사자들도 피해금액 변상에 나섰다. ‘세차맨’ 이 씨 명의로 인쇄소를 운영하며 1200여만원의 세금을 미납한 K씨는 본보에 전화를 걸어 “미납 세금 800만원을 이 씨 동거인 통장으로 입금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무서에도 연락해 통장에 있는 금액을 추징하라고 했다”며 “나는 이 씨를 도와줬으면 도와줬지 피해를 준적이 없다. 십년 전에 월급을 못받는다며 불평을 터 트린 이씨에게 ‘그만두라’고 조언도 해줬다. 내가 이 씨 에게 술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이 씨에게 직접 돈을 주지 않고 동거인에게 준것에 대해서는 “이 씨는 돈을 관리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씨에 대한 도움의 물꼬는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국장이 열었다. 오 국장은 이 씨에 대한 제보를 받고 그를 만나 관련사항을 파악하고 세무서와 주민자치센터를 찾는 등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현재 이 씨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십수년동안 일하며 받지 못한 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이 씨 명의로 된 인쇄소 미납 세금문제와 지인으로부터 갈취당한 2000여만원도 풀어야 한다.

이 씨는 지금까지 “통장을 만든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확인 결과 이 씨 명의로 개설된 통장도 발견됐다.

오 국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주노동인권센터(대표 김인국 옥천성당신부) 등 법률 지원기관의 도움을 요청했다.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이 씨는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몰랐지만 그는 자신주변 사람들을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라 여겼다. 모든 사람들에 대한 호칭도 ‘친구’였다. 하지만 이 씨는 십여년간 친구라 믿었던 사람들에게 임금을 착취당하고 명의를 도용당하고 금품을 갈취당했다.

이런 아픈 과거는 뒤로 한 채 현재 이 씨는 새로운 진짜 친구를 만나고 있다.

▲ 이 씨는 친구가 운영하는 세차장에서 10여년간 세차일을 했다. 그의 손톱은 곰팡이가 핀 듯 누렇게 변색돼 있다.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세차맨의 유별난 친구사랑

세차맨 이 씨는 자신이 직접 물건을 산 기억이 거의 없다. 병원에 간 기억도 없다. 그는 주변 사람들을 친구라고 불렀다. 이 씨가 일했던 세차장 사장도 서로를 친구라고 호칭했다.

이 씨는 “세차장 사장은 나보다 대여섯살 어리다”고 말했지만 그는 항상 친구라고 불렀다. 이 씨는 지난 주에 세차장 일을 그만뒀다. 이곳에서 일을 한지 십수년만의 일이다. 지인이 진천에 있는 회사에 일자리를 소개해 준다고 해 출근하지 않고 면접을 봤던 것이 화근이 됐다. 이 씨는 “친구가 면접을 본 사실을 알고는 그렇게 하려면 그만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차장 주인은 “나보다 5~6살은 어리다”고 했지만 호칭은 항상 친구라고 불렀다.

이 씨는 현재 돈이 하나도 없다. 십수년 다닌 세차장을 그만뒀지만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당장 월세를 낼 돈도 없고 음식을 살 돈도 없다.

그렇다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도 없다. 일정 매출을 기록한 사업장의 대표자로 돼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대상도 되지 않는다. 세무서에서는 매달 이 씨에게 독촉장을 보낸다. 미납된 세금은 이자까지 더해져 액수는 커진다.

이 씨가 해결 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명의가 대여된 ‘◯◯인쇄사’의 사업자 지위를 바로 잡아야 한다.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국장의 도움을 받아 세무서를 방문한 결과 본인이 사업자가 아니라 실 사업주가 따로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답변을 얻었다.

이 씨는 명의를 빌려 준것에 대해 “친구니까”라고 말했다. 명의를 대여한 인쇄소 K씨는 이 씨에 대해 “2% 떨어진 친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