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학생은 학습권위해 즉각 간벌…환경단체“생명권 차원에서 논의를”

“학습권이냐, 백로의 생명권이냐” 논쟁에서 청주시가 후자를 출발점을 삼았다.

29일 청주시는 악취와 소음 민원을 야기한 잠두봉 백로떼 소나무 서식지에 대한 간벌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곡동 남중학교 뒤편 잠두봉에는 수년 전부터 백로 떼가 몰려왔다. 처음에는 도심 숲을 찾아온 백로의 모습에 주민들은 즐거워 했다. 하지만 숫자가 많아지면서 백로떼가 배출한 배설물이 악취를 풍기고 이들이 내는 소리는 학생들의 수업을 침해할 정도로 불편을 야기했다.

아름다웠던 모습과 반대로 상황이 반전되자 청주 남중 학부모들은 학생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시 등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백로의 잔털이 교실로 날아들어 천식·비염 등 호흡기 계통 질환을 앓거나 민감 피부를 가진 학생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백로 서식지인 소나무 숲 간벌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은 생명을 살리는 묘안을 짜내자고 제안했다.

환경련은 성명을 통해 “시기적으로 학교는 기말고사 기간이고 7월 중순이면 여름방학을 한다. 백로들에게도 지금이 가장 중요한 산란기다. 그리고 산란이 끝나는 8~9월이면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다. 조금만 지나면 시간을 벌 수 있다. 교육환경과 생태환경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당장의 악취와 소음 때문에 수많은 생명을 죽이는 우를 범하지 말자”며 관계기관의 토론을 제안했다.

일단은 청주시가 환경련과 주민들의 제안을 모두를 받아 들인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학습권과 생명권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정리되지 않았다. 원흥이 두꺼비 방죽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전국 모범사례를 만들었던 청주시가 향후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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