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네트웍스가 일방 매각, 판매사원 고용승계 안돼·먹튀 논란

청주의 마지막 향토백화점의 명맥을 이어오던 흥업백화점이 결국 30일 문을 닫는다.

수년째 흥업백화점을 이용한 50대 주부고객은 “젊은 사람들은 대형 백화점을 찾지만 우리 나이 사람들은 흥업백화점 오는 것이 편했다”며 “문을 닫는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사장님들 어디로 이사 가는지도 물어보고, 백화점 문닫기 전에 옷 한벌 더 사려고 짬을 내 찾아왔다”고 말했다.

여성의류 매장에서 19년째 일해온 김모씨(55·여)는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사촌 언니라 불렀다. 그만큼 오랫동안 알고 친하게 지냈기 때문”이라며 “평소에는 진상을 부리던 고객이 오늘은 ‘마지막이라고 해서 인사왔다’고 말해줘 그동안 미워했던 마음이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지난 1991년에 개점한 흥업백화점은 다른 일반 백화점과 달리 친구, 이웃사촌 같은 직원과 고객이란 특색을 가진 친근하고 인간적인 백화점이었다. 지역에 뿌리가 있는 향토백화점이었기 때문이다.

주로 40~60대인 고객들은 그동안 흥업백화점을 찾는 것이 단순히 상품 구입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직원과 담소를 나누는 등 푸근함을 즐기기 위해 찾았다고 한다.

 김씨는 “흥업백화점은 내 청춘을 다 바친 곳이라 그만둔다는 말만 해도 눈물이 난다”며 “갑자기 직장을 잃어 허탈하지만, 그동안 무탈하게 일할 수 있던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하지 않나. 끝이라 생각하지 않고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가까운 곳에서 새로 시작하려는 계획을 구상중”이라고 덧붙였다.

 20년째 근무한 흥업백화점 관리팀 관계자는 “20년 동안 일한 곳을 떠나려는데 한마디 말로 어떻게 소감을 말할 수 있겠나”라며 “관리팀은 그래도 폐점 후 2주 넘게 정리작업을 해야 해서 아직 실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LS네트웍스가 흥업백화점을 매각하면서 판매사원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일부 매장 점주들과의 분쟁도 남아 있는 등 ‘먹튀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매장점주는 “계약기간이 남아있는데 한마디 상의도 없이 나가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면서 “LS네트웍스가 자기들 이익만 챙기고 어떤 보상도 하지 않고 나가라고 한다”고 분개했다. 특히 여성 가장이 상당수인 판매사원들의 고용승계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 관계자는 “백화점이 매각되면서 판매사원들의 고용이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매각결정되고 나서 계단에서 우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질거냐”고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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