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오옥균 경제부 차장

▲ 오옥균 경제부 차장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였던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했던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국가가 아니다. 국민 한사람을 지키지 못한 노무현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고 한 발언이다. 2004년 피랍된 김선일 씨를 구출하지 못한 정부를 비난한 것이다. 요즘 이 발언이 회자되는 것은 현 정부의 무능함이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국민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비약일까. 지금의 청주시에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수탁운영자 결정이 3차 공모로 넘어갔다. 혹시나 했지만 결국 수탁 포기라는 다수가 예상했던 결말을 맺었다.

둘 간의 가장 큰 이견은 협상 대상자였다. 노조 측은 줄곧 상급 노동단체에 협상을 위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청주병원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청주병원은 마지막 협상 운운하며 노조를 압박했다. 하지만 노조로서도 다른 선택의 길이 없다. 헌법과 노조법 등에서 보장하는 권리인 교섭권을 부정하는 청주병원의 의도는 누구나 짐작가능하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론을 도출해내고 노조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탁을 포기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간편한 논리인가.

누가 봐도 직장을 잃고 시청 앞에서 수십일째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노조원들이 을이며 약자다. 병원폐쇄로 이미 직장을 잃은 노조원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청주시노인병원 노동자들이자 청주시민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청주시가 바른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청주시는 위수탁 공모가 진행되는 내내 노동자들의 위하는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끝없이 시민인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청주시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노조를 통해 찾으려했고, 노조가 위수탁 계약의 최대 걸림돌인 것처럼 이해했다. 지난 22일에는 보도자료를 내 “3차 공모에는 고용승계 조건을 없애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또 친절하게도 3차 공모 일정에 대해 “빨라야 10월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요구조건이 맞지 않더라도 청주병원의 뜻에 따라 합의하라는 압박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결국 노조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청주병원은 아쉬울 게 없다는 듯 협의시한을 3일이나 남긴 상태에서 수탁 포기를 선언했다. 이 기간동안 청주시가 청주병원에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은 접할 수가 없었다.

전국공모를 준비하지 않아 3차 공모는 늦어질 것이다. 전국공모를 포함한 개정 조례한을 입법예고했지만 지역의료계의 반대에제동이 걸렸다. 노동자들은 하루하루가 급한데 청주시는 100명이 넘는 시민들의 일자리 복귀보다는 기득권세력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데 치중했다.

교섭권은 노동자들의 권리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내용이다. 이제라도 힘없는 시민들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설사 그들의 주장이 일부 틀리더라도 시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청주시라면 시민인 노동자들의 편을 들길 바란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