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예찬/ 김춘길 충북사회복지신문 주필

‘물길에서 육지에 도달하여 언덕을 오르려면 지금까지 타고 온 뗏목을 버리라’는 의미의 ‘등안사벌’(登岸捨筏)이란 말이 있다. 시대와 상황이 변하면 기존의 의식이나 방법을 버리고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는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인간 수명 100세 시대의 등안사벌은 무엇인가? 그것은 크게 보아 전통적인 가족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고령의 부모들은 옛날 생각으로 자식을 대하지 말고 세상이 변한 점을 깨달아 ‘무조건 자식지원’이나 ‘남은 인생 자식의존 생각’을 버리고 가능한 한 자존적(自存的) 삶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될 시대에 돌입하고 있음을 자각 하자는 얘기다.

전통사회에서 부모들은 자녀들이 지극한 정성으로 어버이를 섬기는 효(孝)를 당연한 덕목으로 여겼다. 그러나 오늘의 많은 고령 부모들은 자식들의 헌신적인 효의 기대를 접고, 부모 걱정을 끼치지 않고 자식들끼리 잘 살아가는 것이 효도라고 여기고 있다. 이러한 고령 부모들의 자식관은 2013년 가정의 달을 맞아 대한노인회가 노년시대신문과 공동으로 전국 노인 2541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 잘 드러났다.

그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들의 어떤 행태에서 효를 느끼고 있는가 라는 문항에서 자녀가 부모 걱정을 안 끼칠 때(43.2%), 안부 전화나 방문 시(19.7%), 자기 몸처럼 보살펴 주고 챙겨 줄 때(17.8%), 용돈을 줄 때(15.2%) 순으로 응답했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 전국 1만452명의 65세 이상 고령자들을 조사한 결과 67.5%는 노인부부가구(44.5%), 독거가구(23.0%)로 나타났고, 자녀와 동거 노인은 28.4%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 65세이상 노인 10명 중 7명이 자녀와 함께 살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다보니 장수시대를 살아가야 할 노인들은 노후 생활에 불안을 가져 부동산 재테크 등을 위해 자식들에게 집을 안 물려주려는 경향(전국 24.6%-수도권34%)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한국주택 금융공사가 지난해 주택 보유 60~84세 노인 3600가구를 조사한 결과). 서울연구원의 ‘서울 중고령가구의 주택자산 이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3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자녀가 1명 이상 있는 55세 이상 가구주 236명 중 42,4%가 자녀에게 집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자식들의 부모 봉양 인식은 가족 형태가 소규모로 감축 되면서 비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13년 한국인의 인식. 가치관 조사에서 ‘자식이 부모를 모실 의무가 있는가’를 조사한 결과 그렇다 58.7%, 그렇지 않다 41.3%로 나타났다. 그렇다는 응답은 2008년 74.9%에서 16.2%가 감소했다. 노부모 부양 책임이 ‘가족’에서 ‘가족+정부+사회’라는 답변이 같은 기간 18.2%에서 47.3%로 급등했다.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해도 9.6%에서 16.6%로 증가 했다. 그런데 야박스러운 것은 부모 봉양을 사회에 떠넘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대들이 부모 재산은 사후 자기들 것으로 당연히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니 장수시대의 부모와 자식 관계는 재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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