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사람들/ 김동진 청주삼겹살 ‘함지락’ 대표

메르스 발생 25일이 지난 요즘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생활분야에서 메르스 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메르스 관련 뉴스는 매일 쏟아지는 모든 뉴스에서 탑뉴스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의 생활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메르스 이전과는 사뭇 다른 시장 풍속도가 연출되고 있다.

식당이 밀집돼 있는 시장의 경우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단체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저녁때면 골목길을 따라 삼삼오오 왁자하게 식당으로 몰려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식당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어느 식당에 손님이 많은지 식당 안을 들여다보던 내방객들의 눈길들도 사실은 식당 업소주인들에게는 흥겨운 자극이 되곤 했는데 이제 신명 날 일이 하나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청주의 대표적인 회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서문시장의 경우, 사업의 승패는 다름아닌 단체예약 유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당분간 식당들은 문전성시는커녕 문전작라 상태를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삼겹살 식당들은 그동안 대개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적게는 20여 명에서 많게는 40명 정도의 단체예약을 받아 왔지만 요즘 업소주인들을 만나 봐도 단체예약 받았다는 얘기를 거의 듣지 못했다.

정부에서는 공기전염 가능성이 없다며 평상시와 같은 생활을 하라고 권유하지만 자라에 놀란 가슴 솥뚜겅에도 놀라는 것이니 사람들은 이제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한다는 눈치다. 그러고 보니 시장 입장에선 단체손님을 받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신뢰회복이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변화는 술잔 돌리는 음주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주문화로 꼽히는 술잔 돌리기가 메르스 신드롬의 영향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정과 화합의 이름으로 술잔을 돌려가며 술을 마시거나 술잔을 건네던 사람들이 이제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마음에 거리낌이 있어서 그런지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실 술잔을 돌리는 것과 메르스와의 연관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술자리 문화에 대한 인식전환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은근 기대해 본다. 합리적인 기준이나 위생적인 잣대로 봐도 술잔 돌리기 문화는 한국 사회에서 이제 지양돼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다. 우리도 일본이나 중국 사람들처럼 각자 자신의 술잔을 두고 따라주기만 하는 문화로 바뀌는 게 좋을 듯하다.

또 최근 들어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화장실을 찾거나 손 세척대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식당에서는 손님들에게 의례 물수건이나 물휴지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일부 손님들은 이게 미덥지 못해서인지 직접 손을 씻고 싶어 한다. 화장실이 깔끔하지 못하거나 별도의 세척장소를 마련하지 못한 식당이라면 앞으로는 고객 감소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전문적인 세정제도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품목이 되었다. 세정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종전의 비누로는 손님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가 없다. 더불어 손을 씻은 이후에 사용하는 수건도 이제 퇴출 위기에 몰려 있다.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 수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휴지 수건이나 공기 수건을 따로 마련하는 업소가 많이 늘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2015년 한때를 떠들썩하게 한 메르스 신드롬의 영향으로 대한민국의 위생이나 보건 관념이 글로벌 기준으로 개선된다면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것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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