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브라질의 범죄율은 25%입니다. 저도 얼마 전 권총으로 위협을 당해 6,000만원 상당의 자동차와 차 안에 있는 물건을 강도들에게 고스란히 빼앗겼죠. 그러니 항상 같이 다니고 빈민가 등 우범지대는 절대 가지 마세요.”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교포 가이드가 신신당부하며 전한 말이다. 순간 걱정하는 마음이 생겼지만 다시금 되새겨봤다. ‘우리가 가는 곳이 그런 곳이었지.’

필자는 얼마 전 5개 지역신문사들과 함께 ‘지역공동체기금과 지역화폐’란 주제로 브라질을 찾았다. 브라질에서는 107개의 지역화폐가 거래되고 있다. 상파울루를 거점으로 하여 주로 도시외곽의 마을을 찾아 취재하는 것이 이번 행차의 목적이었다. 먼저 간 곳은 50km거리 떨어져 있는 ‘잔디라’ 라는 도시였다. 가이드는 한 번도 가지 않은 지역이고 우려하는 빈민가 지역이기에 “억만금을 줘도 못 간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어렵게 설득 끝에 마을을 찾아 나섰다.

그 곳에는 도심에서 뻗어 나온 마지막 전철역이 있고 그 주변 산을 중심으로 달동네처럼 주택가가 빼곡이 들어서 있었다. 주변 판자촌 건물과 달리 깔끔하게 지어진 벽돌집, 맑은 표정의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자 불안한 기분은 금세 사라졌다. ‘무조건 사진 찍지 마세요.’라는 가이드의 충고는 여기선 통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인터뷰는 이루어졌다. 2001년도 오랫동안 도시 빈민들과 생활해 온 장 카를로스 신부가 앞장서 샌프란시스코 가톨릭 NGO 단체인 카리타스(Caritas)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룰라 전 대통령 정부에게 빈민가를 살리자는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이 곳에 새로운 설계가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11년, 주민들이 동참했고 마을 건설 공사가 2012년에 완료됐다. 초기 80여 가구에서 현재는 120가구로 입주 가구가 늘어났다.

잔디라 공동체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집, 학교도 운영되고 있었다. 필자는 아이들 앞에서 물구나무서기 시범도 보였다. 아이들이 그렇게 놀고 있기에 함께 놀아주었다. 계속 카메라에 담았고 아이들도 필자를 폰카에 담았다. 서로 사진을 보여주며 함께 사진도 찍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사진이 하나의 매개체가 된 현장이었다. 그 날 이후부터 나머지 일정은 거부감 없이 빈민가 마을을 활보할 수 있는 요령과 법칙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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