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김성영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 김성영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영화도 보고 문화생활도 하고 싶어요’, ‘든든한 노후 적금통장 하나 장만하고 싶어요’, ‘친정엄마와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애들 치킨도 부담 없이 시켜 줄 것 같아요’. - 마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적어보라는 설문에 대한 답입니다.

‘일해도 가난하다’는 근로빈곤(워킹푸어-working poor)이라는 말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오늘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보수적인 정부 통계로도 3명 중 1명이며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반인 상황입니다. 정부 통계에서 누락된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안한 삶은 고용과 임금에서 발생합니다. 불안한 고용과 낮은 임금. 이 두 가지 제약은 삶을 간신히 유지하는 것만을 허락하고 다른 가능성들에 대해서는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한 시간이라도 더 일해야 삶을 유지하는 노동자에게 영화는 티켓 값과 일하는 시간의 삭감을 포함한 이중의 지출입니다. 가족과 여유로운 산책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슈퍼에서 산 빵과 우유로 식사를 해서라도 움직이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이러한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적용받고 있는 임금이 최저임금입니다.

이 최저임금은 매년 6월 말 다음해의 금액이 정해집니다. 그리고 올해도 이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 위원회가 정부, 노동자, 사용자 각각 9명으로 하여 열리고 있습니다. 이 구성을 언 듯 보면 사용자와 노동자가 논의하고 정부(공익위원)이 중재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매해 열리는 최저임금 위원회의 끝은 대부분 비슷하게 반복되는데 그 핵심은 사실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사용자 위원과 노동자 위원들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고 결국 정부가 적정금액을 발표하는 식입니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가 얼마 전 최저임금 7%정도 인상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결국 정부도 자신들이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모두의 임금을 올리기 위해서 우리는 정부를 상대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매년 평균 5~7%의 최저임금이 이미 오르고 있지만 물가인상과 사용자 측의 임금 체계 개악을 통해 우리의 삶은 7%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런닝머신 위에서 뛰고 있는 듯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개선되지 않는 근로빈곤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노동으로도 먹고 살만해야 과도한 창업으로 인한 경쟁을 피할 수 있으며, 소비 선순환이라는 과제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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