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유영경 충북여성발전센터 소장

▲ 유영경 충북여성발전센터 소장

개인이나 국가나 무엇인가를 기억하거나 강조하기 위해서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기념일을 정하고 그에 따른 행사를 시행한다. 그런데 그 기념일이 갈수록 잊혀지거나 퇴색하는 경우가 있다. 의미의 중요성이 줄어들거나 호응이나 지지가 적을 때 그러하다.

올해 5월 25일부터 31일까지는 ‘제15회 남녀고용평등주간’이었다. 이 주간에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을 위해 애쓴 유공자와 기업을 선정 표창하고, 남녀고용평등 관련한 행사들을 개최한다. 2001년 시작할 당시 고용정책에 있어서 성평등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으로 의미가 깊었다. 이 사업은 '남녀고용평등법'에 근거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처음 1988년에 제정되었으며, 이후 2007년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법률'로 개정되었다. 기본적으로 여성근로자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로서, 모집과 채용단계에서의 평등한 기회 부여, 교육·배치·승진에서의 차별금지 등 여성에 대한 차별처우를 광범위하게 금지하였다.

그 후 차별에 관한 정의 규정을 명문화하고,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의 지급, 간접차별의 규정과 남·여의 성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 법은 직장 내 성희롱 금지, 여성의 직업능력 개발 및 고용촉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모성보호,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로 15번째를 맞이한 ‘남녀고용평등강조주간’의 의미는 어디쯤 와 있을까?

지난 해 20대 여성이 “24개월을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며 성희롱을 참아내면서 일하다 해고된 비정규직 여성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격과 존엄이 무시되는 처절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인식은 얼마 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한 삼성서울병원 종사자에 대한 감염 증상 여부 확인에서도 나타났다. 바로 비정규직 2944명이 빠져 있다가 나중에 다시 이들에 대해 감염 증상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평소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과 존재가 어떤지 보여준 사건이다.

그런데 정부는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정규직의 기간을 2년에서 최장 4년으로 연장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내 놓았다. 그러나 이는 그나마 여성 정규직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바뀔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은 2년마다, 때로는 그 기간 안에 몇 개월씩 잘라서 고용함으로써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4년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여성이 더욱 열악한 노동시장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비정규직 가운데 60%가 여성이고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비정규직의 여성화는 우리나라 여성고용의 문제이다.

또한 여성고용의 문제는 임금격차에서도 나타난다. 우리 나라 성별 임금격차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가운데 13년째 1위이다. 여성과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 격차는 23% 차이가 난다. 최근 표면상으로는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 보이지만, 여전히 여성은 비정규직 차별과 여성 차별을 동시에 겪고 있다.

정부는 여성의 고용률 향상을 위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 현실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양질’이란 개념보다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중심이 되면서, 비정규직 확산만 늘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보다는 오히려 최저임금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크다. 독일에서도 올해 최저 임금법이 시행되면서 시간당 8.5유로(약 1만 200원)이 적용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기도 하였단다. 그런데 ‘미니잡’이라 불리는 시간제 일자리였다고 한다. 정규직 일자리 감소에는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이다.

노동권은 성평등해야 한다. 노동의 본질은 노동을 통해 기본적인 생계와 삶이 영위되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가 남,녀를 떠나서 평등하게 실현되길 정말 간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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