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 생각, 040809.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무쇠 솥을 장에 가서 사다가 부엌에 걸어 놓으시면
어머니는
아궁이에 불을 때서 빈 솥을 달구면서
콩기름 먹인 걸레로 닦고 또 닦으셨습니다.

끝도 없는 그 몸짓에 의해 마침내
쇠가 가진 독을 다 빼낸 다음에야
비로소 그 솥이 '밥솥'으로 다시 태어났는데,
그것을 '길들인다'고 했습니다.

어디 솥뿐이겠습니까?
낫이나 작두, 또는 몇 가지 안 되는 쇠로 만든 도구들은
언제나
이런 길들임을 거친 뒤에야 쓸 수 있다고 믿은 것이
옛 어른들의 자세였습니다.

쇠와 기계가 가진 위험을 제거하고
사람이
그 쇠붙이들과 일체감을 가진 다음에야
비로소 쓰일 수 있음을 알았던 것입니다.

기계문명의 발달로 오늘날은
엄청나게 많고 복잡한 기계들과 어울려 사는데
수없는 사고가 그것들 때문에 일어납니다.
다쳐서 평생을 비극으로 사는 사람도 생기고
그것 때문에 때아닌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기계의 편리는 즐기면서
기계의 위험은 애써 외면하는 이 시대,
솥을 길들이던 어머니의 그 손길이
오늘따라 몹시도 그립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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