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예찬/ 김춘길 충북사회복지신문 주필

태어나 성장하고, 나이 들어 늙으면 병들고, 끝내는 사망하여 이승을 하직하는 게 우리 인간들의 숙명적 과정이다. 누구도 예외일 수가 없다. 그러니 젊다고 우쭐대고, 늙었다고 하대할 일이 아니다. 젊음은 늙음의 어제이고, 늙음은 젊음의 내일이다.

그런데 오늘의 가정과 사회는 물론 정치권마저 노인들을 ‘부담스러운 존재’로만 여기려는 풍조가 짙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유명 A사립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익명게시판에 모 학생은 ‘빈곤층과 노인을 왜 도와야 되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나는 지하철에서도 노인들한테 자리 양보 안 한다. 젊은 시절 미래 계획 없이 게을리 산 놈들의 미래를 내가 왜 보장해줘야 하는거냐”며 노인들을 거의 저주의 대상으로 힐난했다.

더 기막힌 사례는 목숨을 잃을 위기시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는 먼저 구하면서 노모는 뒷전으로 여긴 모녀의 얘기다. 지난 5월 21일 오후 4시47분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때 연기가 자욱한 그 집에서 A씨(39)가 제일 먼저 개를 품에 안고 허겁지겁 뛰쳐나와서는 소방인력에게 “집안에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소방인력이 구조차 빌라 현관에 진입하는 순간 A씨의 어머니 B씨(62)가 허둥지둥 뛰쳐나왔다. 그 어머니도 역시 개를 품에 안고 있었다.

소방인력은 연기를 간신히 헤치며 빌라 2층으로 올라가자 계단 난간에서 기침을 연발하고 있는 노파(90)를 발견, 구조할 수 있었다. A씨의 외할머니이자 B씨의 친정어머니는 손녀와 딸로부터 개보다도 못한 처우를 당한 것이다. 아무리 애완견이 사랑스럽다한들 어찌 외할머니. 어머니보다 더 소중하단 말인가!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

이같은 노인 폄하에 대해 1970년대 청년문화의 기수 서유석(70)은 25년 만에 공식 발표한 신곡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로 응수하고 있다.

“(1)삼십년을 일하다가 직장에서 튕겨 나와 길거리로 내몰렸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백수라 부르지/ 월요일엔 등산가고 화요일에 기원가고 수요일은 당구장에서/ 주말엔 결혼식장 밤에는 초상집/ (후렴)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2)세상 나이 구십 살에 돋보기도 안 쓰고 보청기도 안 낀다/ 틀니도 하나 없이 생고기를 씹는다/ 누가 내게 지팡이를 손에 쥐게 해서 늙은이 노릇 하게 하는가/ 세상은 삼십년간 나를 속였다/ (후렴)..

그리고 또 이어진다. (3)마누라가 말리고 자식들이 말려도 나는 할거야/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할거야/ 서양말도 배우고 중국말도 배우고 아랍말도 배워서/ 이 넓은 세상 구경 떠나 볼거야 (후렴)...(4)이 세상에 태어나서 아비 되고 할배 되는 아름다운 시절도/ 너무나 너무나 소중했던 시간들/먼저 가신 아버님과 스승님의 말씀이 새롭게 들린다/ 인생이 끝나는 것은 포기할 때 끝장이다. (후렴)..

서유석의 노래처럼 이제 오늘의 60~70대 고령층은 옛날의 의존적 폐쇄적인 ‘찌들은 노인’이 아니다. 아니, 노인이기를 심정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요즘 노년층은 안방에서 벗어나 평생학습의 장에서 삶의 지식과 인간관계 등을 재충전하면서 사회봉사활동 등으로 보람을 가꾸어 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