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 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취재를 통해 사교육 현장에 있는 많은 이들을 만났다. 사교육 시장은 굉장히 세분화돼 있으며 저마다 ‘존재의 이유’가 있었다. 크게 유아, 초등, 중등, 고등 시장이 있는 데 각기 다른 목표가 이미 출발선부터 정해져있다.

요즘에 가장 뜨는 시장은 유아시장이라고 한다. 두려움의 마케팅이 통하면서 부모가 아이에게 희망을 품고 돈을 쏟는 때가 바로 유아기란다. 일반유치원이 아닌 영어유치원에 보내 영어를 마스터 한 후 이른바 스토리텔링 수학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접해야 한다고.

초등학교 때는 3학년 즈음 시험을 쳐서 들어갈 수 있는 일부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원이 목표다. 그 외 교과과목과 예체능 시장이 가동된다.

중등은 학사반과 특목고·자사고반, 내신관리반이 가동되고 고등학교는 대입을 대비한 기본적인 플랜이 시작된다. 내신과 수능 외에도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해서는 자기소개서 및 인생을 컨설팅하는 신종 사교육이 등장한다.

본인이 작성해야 할 자기소개서를 전문가가 대신 작성하는 데 보통 2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인재들은 정작 대학 졸업 후 취업시장에선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단다. 사교육, 정말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끝이 없어 보인다.

아이의 발달단계에 따라 영민하게 사교육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미 유치원에서부터 연산과 한글교육을 시키고 있으니 정작 한글을 떼지 못하면 학교에서 원치 않게 학습부진아로 전락하게 된다. 선행학습이 시작되는 연령이 점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놀이도, 창의력도 상상력도 ‘키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사교육 관계자들은 말한다.

우리나라 가정의 평균 한 달 사교육비는 35만 3000원(사교육을 받는 학생들만 대상으로 할 때)이라고 한다. 교육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공교육 내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자기주도 학습, 인성교육, 진로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데 오히려 시장에서는 이 이슈가 다르게 변질된다. 사교육 시장에선 발 빠르게 자기주도 학원, 인성학원, 진로학원이 등장하고 있다. 조만간 인성교육에 대한 것도 시험문제로 나올 수 있다고 예측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한국교육은 혼란의 시기라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늘 혼란의 시기였던 것 같다. 정부에선 사교육을 완전히 배제하고 공교육에 의존하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러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사교육과 공교육이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사교육 관계자들은 말한다. “10년 후 어찌 될지 알아요?” 그래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10년 후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그 말만 들어도 불안감이 커진다. 지금 현재의 행복을 유예시키면서 사교육에 몰입하는 것, 과연 그것이 아이 인생에 어떠한 흔적을 남길까.

전문가들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말고, 적절하게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 또한 부모라면 애매한 경계에서 늘 헷갈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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