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조송주 청주문화재단 문화재생사업 팀장

▲ 조송주 청주문화재단 문화재생사업 팀장

영화 ‘페이스 오프’에서는 악당의 얼굴로 변한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진짜 아빠)을 증명하기 위해 평소 아들과 나누었던 진심의 제스츄어, 즉 몸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장면(얼굴 쓸어내리기)이 등장한다. 그 장면이 인상적이어서 필자도 아들과 그와 같은 의식을 치르곤 한다. 두 팔로 아들을 안으며 “사랑은?” 하고 물으면 아들은 어김없이 “가슴으로!”라고 화답한다.

필자는 1년 전 ‘레지던시 공간’ 운영자에서 ‘문화재생 사업’ 담당자로 자리를 이동했다. 사업 도중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다소 오해의 시선이 뒤따랐지만, 1년이 지난 오늘 이 모두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삶’에 대한 본인의 반응이었노라고 말하고 있다.

돌이켜 보건대, 지난 10년이 필자에게는 ‘공간 space’ 개념에서의 문화예술 활동들(예술가 레지던시)이었다면, 이젠 ‘장소 place’를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활동의 플랫폼으로 그 프레임이 이동함에 따라, 지난 1년이 본인에게는 이러한 맥락과 흐름을 이해하고 공부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공간’에서 ‘장소’ 로 공간 프레임이 이동하였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아마도 요즘 들어 우리 사회에 아주 새롭게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어떠한 문화적 현상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단초가 된다.

첫 번째로는 어떤 공간에 대한 사용 주체의 변화인데, 그간의 공간이 운영 주체 중심 개인 사용자들의 활동 공간이었다면, 장소 기반 플랫폼에서는 커뮤니티들의 자발적 비즈니스의 장으로 공간이 기능한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로는 공간 명칭이 변화됨에 따라 나타나는 사업 현상의 변화이다. 공간 개념에서는 ‘창작 스튜디오, 교육실, 연습실, 갤러리, 공연장 등을 활용한 개인 창작자들의 전시, 공연, 워크숍, 세미나 등 1 공간 1 사용 목적의 기능 명칭이었다면, 장소 기반에서는 카페, 살롱, 클럽 및 거리, 골목, 광장 등 플랫폼 기능이 가능한 장소 명칭으로 재구성됨으로써, 이곳에서는 파티+다이닝+프리마켓+버스킹+축제 및 소셜 벤처(스타트업) 그리고 커뮤니티 비즈니스(마을기업, 도시텃밭, 협동조합, 시니어 클럽 등)에 이르기까지 협업을 통한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타고 내리는 활동의 방향으로 나타난다.

물론 장소 활성화 이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과 같은 문제점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필자가 보기엔 ‘참여 인력의 도구화’나, ‘사람에 대한 삶의 가치보다 일(work)’이 중요시 되곤 했던 이전의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 하겠다.

또한 소셜비즈니스, 공유경제, 청년, 체인지메이커, 지역, 협동조합 등 주요 키워드들을 볼 때 적어도 개인보다는 ‘함께 사는 사회를 목표로 함께 하고자 한다’는 지점에서 매력적인 상상을 하게 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