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의 숨은 권력자 ‘돼지엄마’이야기

충북 사교육 현주소
자녀교육, 난 이렇게 했다

 

사교육 시장의 숨은 권력자는 ‘돼지엄마’다. 돼지엄마라는 단어의 어원은 분명치 않지만 새끼를 많이 낳고 우르르 몰려다는 모양새를 빗대서 나온 듯하다. 학원가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 한다는 ‘돼지엄마’들을 만났다. 돼지엄마의 조건은 전업주부, 재력, 정보력이었다.

 

▲성공한 돼지 엄마 “공부는 기능”

 

K씨는 1세대 돼지엄마다. 충북에서 최초로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그는 열성엄마였다. “엄마는 전문직이에요. 브레인 하나가 1만명에서 10만명을 먹일 수 있다고 하잖아요. 엄마들은 그런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긍지를 가져야 해요.”

▲ 전업주부, 재력, 정보력은 돼지엄마들의 3가지 조건과도 같다. 사교육 시장의 숨은 권력자인 돼지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술을 전공한 그는 교직을 그만두고 두 아들의 교육에 집중했다. “솔직히 사교육 시장도 믿지 못하겠더라고요. 직접 가르치는 방법을 택했죠.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영어문법을 완성하고, 중학교 2학년 때 성문종합영어와 정석을 마스터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아이가 문제 풀이 위주로 스스로 학습했죠.”

초등학교 때는 K씨가 모든 걸 가르쳤지만 중학교에 가서는 중2, 중3, 고1 방학 때마다 한 학기 선행학습을 시켰다. 내신 대비를 위해서였다. “최상위 애들을 모아 그룹과외를 시켰어요. 아이를 모으고 선별한 후 학원을 선택했죠. 요즘 엄마들은 유치원부터 엄청나게 시킨다면서요. 그건 헛짓이에요. 공부를 너무 일찍 시키면 질려요. 초등학교 때 시작해야죠. 그 시기를 놓치면 이미 게임이 끝난 거죠.”

그렇게 해서 두 아들을 소위 말하는 ‘SKY'대학에 보냈다. 큰 아들은 연세대 의대를 나와 전문의로 있고, 둘째 아들은 서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아이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으로 해야죠. 큰 애는 워낙 책을 좋아하고 공부를 월등히 잘했지만 둘째는 공부에 취미도 없고, 자폐 증세까지 있었어요. 학교에 가서 제발 공부강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런 엄마는 저밖에 없을 겁니다. 기다려주는 게 중요해요.”

K씨는 요즘 엄마들에게 질타와 조언을 건넨다. “학교 보내고 엄마들이 모여서 카페에서 노는 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나 싶어요. 아이에게 하는 모든 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봐요. 나중에 취업 못해서 속 썩이고, 이후에 쓰는 비용을 생각하면 학창시절에 아낌없이 해줘야죠.”

그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일단 인테리어 업자를 불러 학급의 모든 학생들에게 사물함을 짜주고, 친환경 소재의 마룻바닥을 깔아줬다고. “집만 깨끗하면 뭐해요. 아이가 공부하는 공간인 교실에 유해환경이 없어야죠.” K씨가 신경 쓴 것은 단순히 시설환경만이 아니었다. 리더십을 위해서 반장을 하고 전교회장을 하는 아들을 위해 중국집은 아예 대놓고 언제든지 사먹도록 했다. 엄마는 나중에 값을 지불했다. 생일날에는 아들의 미적감각을 키우기 위해 갤러리에 가서 작품을 선물로 사줬고, 토요일 저녁은 4시간씩 음악과 시를 읽고 서로 얘기를 나눴다고. 아직도 시 400편을 외우고 있고, 유치원 때부터 배운 한자는 고등학교 때 1800자를 완성하게 됐다고. 음악은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피아노 레슨을 시켰다. 문화인은 악기 하나는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가치관 때문이었다.

▲ 분평동 학원가는 밤이 늦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주말에는 예술을 접하도록 했다. 주말에 음악회를 보러 가기 전에 주중에 음악을 자연스럽게 틀어놓고 관심을 가지도록 한 것.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영화를 먼저 보여주면 돼요. 영화와 책, 뮤지컬이 갖고 있는 차이점과 공통점에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K씨는 “엄마들이 착각하는 게 아이가 내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공부하는 줄 알아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끊임없이 엄마가 배운 걸 상기시켜줘야 해요. 공부는 습관이고 기능이라고 봐요.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해요. 명절날에도 비행기 안에서도 공부는 20분이라도 해야 하죠. 주부도 일주일 밥 안하다가 하려고 하면 두부에도 칼이 베이잖아요. 똑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유난을 떨었던 그 시절이 돌이켜보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저희 엄마는 1년 내내 선생님 도시락을 쌌죠. 전 학교 행사가 있으면 밥차를 불러서 선생님을 먹였어요. 그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저와 같은 환경일 수는 없겠죠. 전교조나 교총의 교육관도 다 맞는 얘기지만 정말 중요한 건 아이 맞춤형으로 해야 한다는 거에요. 화초 키워보면 알겠지만 관리가 필요해요. 물 안주고 관리안하면 시들시들해지잖아요. 제가 아는 엄마는 돈이 없어도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비가 오는 날이면 녹두빈대떡 반죽을 머리에 이고 학교를 찾아갔어요. 결국 아이가 서울대 장학생으로 들어갔죠”라고 말했다.

 

▲실패한 돼지 엄마 “과외에만 의존했다”

 

그런가하면 실패한 돼지엄마들도 있다. Y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 학습의 모든 것을 개인과외로 돌렸다. 중·고등학교 때 과외비는 1000만원이 넘게 들었다. 과외의 종류는 다양했다. 기본적인 교과 외에도 줄넘기 및 철봉과외까지 시켰다.

결국 Y씨는 지방대 의대를 갔지만 막상 대학에 가서는 적응을 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해온 터라 정작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대학 공부에서는 길을 찾지 못한 것이다. 결국 대학에서 유급을 받았다.

 

▲2015년 돼지엄마들 “엄마표 학습한다”

 

P씨는 서울에서 청주로 이사를 왔다. 서울에 있는 남편과는 주말부부를 하고 있다. 그가 청주에 온 데는 사연이 많다. 서울에 살 땐 체육활동을 강조하는 유치원에 보냈고, 이후 강원도에 있는 대안학교에 보냈다. 대안학교에서 2년을 보낸 뒤 그가 다시 찾은 곳은 고향인 청주였다. P씨는 청주의 한 사립초에 아이를 입학시켰다.

“학교에서 영어수업을 3시간 정도 진행한다고 해서 선택했어요. 서울의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청주에서 보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죠. 학교 수업을 마친 뒤에는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가르쳐주고 있어요. 같은 학교 엄마들은 보통 밤 11시까지 과외를 하는 데 전 일부러 안 해요. 엄마가 게으르기 때문에 공부를 봐주지 못한다고 봐요. 그냥 돈으로 맡기는 거죠. 초등학교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가야죠.” 요즘 엄마들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이른바‘엄마표 학습’에 매진한다. 블로그나 카페를 운영하면서 공부일지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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